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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각자도생’에서 ‘러팔로화되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게 쉽고 간단하지만 7년전 만 해도 아이폰으로 영화 한 편을 다운로드해 볼려면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다. 언제 어디서나 좋아하는 영화를 휴대폰으로 볼 수 있다는 짜릿함에 구입하자 마자 다운로드하는 방법을 배우려 했지만 주위에 해봤다는 이들이 없어서 검색을 해가며 독학했던 경험이 있다. 아이폰은 아이튠즈와 동기화해야 하고 리코딩하는 과정이 간단치 않았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다운로드에 성공했을 때, 길거리에서도 영화를 들으며 갈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렇게 다운로드 받았던 첫 영화가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 ‘에브리바디 올 라잇’(원제:The Kids are All Right)이란 영화였다.

우연한 선택이었는데 의외의 득템이랄 수 있는 영화다. 아네트 베닝과 줄리언 무어의 델마와 루이스 식 ‘워먼스’ 정도로 여겼던 건 큰 오판이었다. 극 중 의사인 아네트 베닝과 정원사 줄리언 무어는 정식 부부다. 둘 사이에 있는 두 아이는 정자를 기증 받아 낳은 아이들로 상상 이상의 파격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은 쿨하게 그런 특별한 가족형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성년이 되자 친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정자기증센터를 통해 찾아낸 친부는 친환경 농법으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남자로 아이들은 금세 친밀감을 느낀다.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데 친부로 등장하는 배우 역시 내겐 생소했다. 낮고 굵고 꺼끌꺼끌한 목소리의 이 남자를 다시 영화에서 만나게 된 건 3년 뒤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비긴 어게인’에서다. 싱어송라이터 그레타(키아라 나이틀리 분)를 발굴한 음반프로듀서로 나온 이 남자가 다름아닌 배우 마크 러팔로다.

이후 그는 ‘어벤저스’‘토르’까지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사실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배우가 되고 싶어 오디션에 800번이나 참가했던 이력의 소유자다. 그가 그만두려 할 때마다 용기를 북돋워준 이가 동생 스콧이었다. 어렵게 배우가 됐지만 마크는 뇌종양이라는 시련을 겪게 된다. 신경손상으로 안면마비가 오고 청각까지 잃었지만 동생의 간호와 격려로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최악의 시련은 그의 인생의 소울 메이트인 동생 스콧의 죽음. 2008년 상실의 고통으로 그는 연기를 접고 만다. 그때 한 편의 시나리오가 그를 돌려놓았는데, 바로 ‘에브리바디 올 라잇’이다. 이 작품으로 복귀한 그는 이후 로버드 다우니 주니어의 제안으로 ‘어벤저스’에 출연, 흥행성적 역대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에서는 ‘러팔로화되다’는 신조어가 있다. 좋지 않은 일이 좋은 일로 바뀐다는 말이다. 그는 기회가 있을때마다 “누구를 위한 삶이 아니라 나를 위한 삶을 살라”고 조언한다.

최근 서점가에는 나를 지킬 인생스킬을 알려주는 책들이 베스트셀러를 장식하고 있다. ‘러팔로화되다’는 사실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그 시작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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