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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가베 끝까지 권력줄 잡다가…탄핵위기
무가베 국회연설서 사임거부 시사
20일까지 자진퇴임 안할시 탄핵
의회 3분의2 이상 탄핵찬성 가능성

37년간 짐바브웨를 이끌어 온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이 탄핵으로 집권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집권 여당이 정한 오는 20일 정오(한국시간 오후 7시)까지 자진 퇴진하지 않으면 짐바브웨는 탄핵 정국으로 치닫을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무가베 대통령은 이날 수도 하라레에서 짐바브웨 국영TV를 통해 생방송 연설에 나섰다. 그는 “나에 대한 (여당의) 비판과 국민의 우려를 알고 있다”면서도 “몇 주 내에 열릴 예정인 전당대회를 내가 주재할 것”이라며 사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19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20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무가베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에 대해서 인정하면서도 사임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이에 집권여당은 20일 오후 12시(한국시간 20일 오후 7시)까지 자진 사임하지 않으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무가베의 향후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하라레(짐바브웨)=AP연합뉴스]

앞서 집권여당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은 무가베 대통령이 20일 정오까지 자진 사임하지 않으면, 당이 직접 탄핵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AFP통신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무가베 대통령이 군부와 사임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뚜껑을 연 대국민 연설에선 이를 뒤집고 사임 거부 발언이 나왔다. 무가베 연설 직전까지 퇴진 시위를 벌이며 축포를 터뜨릴 준비를 하던 시민들은 망연자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군 관계자는 AP에 “무가베가 사임 발표에 동의해놓고 마지막 순간에 ‘게임’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짐바브웨 참전용사협회 회장 크리스 무츠방와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무가베 대통령이 스스로 영예롭게 물러났다면 군중들은 그를 격려하고 영웅처럼 추앙했을 것”이라며 “그가 사임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강제로 퇴출시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외신은 “무가베가 탄핵위기에 직면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CNN은 “무가베가 스스로 물러나거나 의회가 그를 공식적으로 내쫓을 때까지 기다리거나, 둘 가운데 효율적인 선택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무가베가 기대됐던 사임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은 즉각적인 탄핵 심리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무가베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의회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다수당인 ZANU-PF는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 지지세력과 무가베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여사를 지지하는 파벌 ‘G40’으로 갈린다. 하지만 집권당 내에서 무가베 퇴진 여론이 높아지면서 탄핵 가능성에 보다 무게가 실린다. 탄핵 사유는 부정 축재와 측근 부패, 권력 남용, 경제 파탄 등이다.

여당은 최후통첩한 기한이 지나면 이번주 내로 탄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상세 절차는 여전히 논의 중으로 실제 효력 발생까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새 당대표로 지명된 음난가그와 부통령이 내년 대선에 집권당 후보로 출마해 공석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여당은 무가베의 대표직을 박탈하고, 음난가그와 부통령을 새 당대표에 임명했다. 음난가그와에 대한 당 대표 지명은 12월 17일로 예정된 임시총회에서 정식 승인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군부는 무가베 축출 과정이 대외적으로 쿠데타처럼 보이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따라서 무가베 대통령 스스로 사임 의사를 밝히도록 탄핵 카드로 남은 시간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무가베 대통령이 자진 사임을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이혜미 기자/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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