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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진 설계도 무용지물… 액상화 공포 확산되나
[헤럴드경제] 지난 15일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단단했던 토지가 늪처럼 변하는 이른바 ‘액상화 현상’이 나타나 정부가 조사에 나섰다.

남재철 기상청장은 18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천리를 찾아 곳곳에 젖은 모래흙이 쌓이고, 물이 고인 논바닥을 점검했다.

앞서 지난 16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진 대책 브리핑에서 “지진 발생 당시 가까운 지역에서는 압력을 받은 토양이 액상화되고, 그것이 지표면으로 분출하기도 했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액상화 현상’은 액상화현상은 일본 학계에서 나온 용어로 지진으로 지반이 액체 상태로 변하는 것을 가리킨다. 퇴적층에 토양과 물은 평소 섞여 있다가 지진 같은 충격으로 땅이 흔들리면 분리된다는 것이다. 이럴 때 물이 쏠린 지역은 땅이 물렁물렁해지거나 흙탕물이 밖으로 솟아오른다.

이는 지진 이후 대규모 지반 침하와 건물 붕괴와 같은 2차 피해를 불러오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특히 액상화 현상이 발생할 경우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적용된 건물이더라도 지반 자체가 아래에서부터 무너지기 때문에 내진 설계 자체가 무용지물이 된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액상화 현상으로 큰 피해가 잇따라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지진에 의한 액상화 현상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정부는 전문가들과 함께 정밀 역학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지질학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12일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경주처럼 단단한 화강암보다 포항과 같은 퇴적암 암반에서 액상화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정부는 포항 지진 이후 건물이 기울어지거나 붕괴된 원인이 액상화 현상에 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반면 액상화 현상으로 단정하기엔 무리란 의견도 있다. 기상청은 지진이 발생한 뒤 논밭에서 물이 땅 위로 올라온 일이 많았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물이 올라온 것을 학계에서 아직 액상화라고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근 지열발전소 건설이 지진 발생이나 액상화현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그동안 “지열발전소 건설이 지층을 약화해 지진을 유발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열을 얻고자 4.3㎞ 깊이로 구멍을 2개 뚫는 과정에서 단층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항에 건설 중인 지열발전소는 이번 지진 진앙과 약 2㎞ 떨어져 있다.

그러나 포항지열발전소를 건설 중인 넥스지오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시추공은 지진과 관련한 것으로 예상하는 단층과 무관한 위치에 설치됐고 이 때문에 지진이 발생한 사례는 보고된 바 없어 발전소와 지진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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