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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진이후 포항지역 가보니…] 사랑이 있어 ‘따뜻한 대피소’
밤새 불켜진 대피시설

자원봉사자들 “용기 잃지 마세요”
집걱정에 잠못 이루는 주민 위로
대책본부, 대피소서 피해 조사도


“지금부터 직원들이 여기 계신 주민분들을 찾아가 현황을 조사하고 피해 정도를 물어볼 겁니다. 주소를 말씀해주시면 저희가 직접 댁에 찾아가 피해 정도도 확인할 예정입니다”

규모 5.4의 강진 피해를 겪은 지 이틀째인 지난 16일, 오후 10시께 포항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직원이 지진으로 대피한 주민들이 모인 경북 포항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서 후속조치 발표를 이어갔다. 붕괴 위험에 집에서 가재도구 하나 꺼내올 수 없었던 주민들은 직원의 설명을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주민들은 “가장 필요하던 조치가 지금 이뤄졌다”며 환영했고, 본부 소속 직원들은 늦은 밤까지 대피소에 앉아있는 주민들을 만나 피해 현황을 조사했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까지 포항 지진으로 발생한 이재민은 1789명까지 늘어났다. 사진은 지난 15일 포항 지진으로 발생한 이재민 중 절반 이상이 모인 경북 포항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의 모습.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까지 포항 지진으로 발생한 이재민은 1789명까지 늘어났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800여명은 지진 피해가 가장 심했던 흥해실내체육관으로 몰렸다. 대피소는 밤새 이재민을 돕는 자원봉사자들과 집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주민들로 늦은 밤까지 분주했다.

이날 밤 늦게까지 자원봉사자들과 인근 병원 의료진들은 이재민들의 건강을 살폈다. 한 노인이 장시간 대피소 생활로 허리 통증을 호소하자 대피소 한쪽 사무실에 있던 의료진이 자원봉사자와 함께 찾아와 약을 건네기도 했다. 이날 대피소를 찾아와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원승재(70) 씨는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대피소 내 버려진 쓰레기들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피소 곳곳을 돌며 아직 잠들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용기를 잃지 말라”는 위로를 건넸고, 아이들도 원 씨의 구호에 맞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었다.

지진 소식에 전날부터 피해 현장 복구에 함께했다는 원 씨는 “이재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려고 대피소를 찾았다”며 “천만다행으로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 위기도 주민들이 힘을 합쳐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진으로 학교가 휴교하면서 청소년들도 대피소로 모였다.

오전 4시께 대피소 한편에 마련된 휴대전화 충전소를 찾은 고등학생 이정윤(16ㆍ여) 양은 같은반 친구들과 함께 2층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이 양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이 모두 대피소로 모였다”며 “친구들과 밤늦게 얘기하는 것은 좋지만,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집이 걱정”이라고 했다.

자정을 넘기면서 대피소 내 대부분 전등이 꺼졌지만, 자원봉사자들은 어두운 체육관 안에서도 뒤늦게 도착한 주민들에게 구호식량을 전달해주는 일을 계속해. 자원봉사자 김정민(41ㆍ여) 씨는 “주민들도 집 걱정에 잠에 못 드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늦은 밤 좁은 대피소 안에서 고생하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게 더 있을까 싶어 대피소에 남아있다”고 했다. 

포항=유오상 기자/o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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