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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진이후 포항지역 가보니…] “기둥 무너질까 못들어가요”
텅빈 원룸촌

필로티기둥 철근노출 아슬아슬
“주민들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조속한 안전진단·조치 취해야”

규모 5.4의 강진으로 직접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최근 몇 년 사이 원룸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선 장성동은 다른 지역보다 피해 규모도 컸다. 원룸촌에 살던 주민들 대다수는 붕괴 위험이 커지자 아예 다른 지역으로 대피했다.

지진 이튿날인 지난 16일 실제 찾아가본 장성동 일대 원룸촌은 초저녁에도 대부분 방의 불이 꺼져 있었다. 한 곳도 불이 켜지지 않은 건물도 많았다. 장성동에서 빌라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는 박모(55) 씨는 건물 1층 주차장을 보여주며 “기둥이 아예 갈라져 버려 안에 있던 철근이 다 보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다른 기둥도 사정은 비슷한 상황이지만, 심하게 파손된 기둥 주변에 일단 임시 지지대를 세워 놨다”며 “기둥을 본 입주민들은 지금 모두 다른 곳으로 대피해 건물이 텅텅 빈 상태”라고 설명했다.

진앙지와 가까워 큰 피해를 입은 포항 북구 장성동의 한 건물. 1층에 주차장을 설치하는 ‘필로티’ 공법으로 건축돼 이번 지진 당시 철근이 드러날 정도로 기둥이 손상됐다(왼쪽 사진). 포항 북구 거리에는 파손된 건물이 곳곳에 보였다.

다른 건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민들이 떠나면서 거리는 휑한 모습을 보였고, 상가 건물들도 대부분 문을 닫고 보수 공사에 나섰다. 일부 건물은 비닐과 테이프로 임시 조치를 해놨지만, 앙상하게 드러난 벽면을 감출 수는 없었다. 동네 주민 이모(60ㆍ여) 씨는 “5분 거리인 포항 항구 쪽 건물들은 멀쩡한데, 장성동만 하더라도 학교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며 “주민들도 대피소나 남구 쪽으로 피해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빌라와 원룸 건물들 대부분이 1층에 주차장을 만드느라 기둥 몇 개에 건물 전체 무게를 의존하는 ‘필로티’ 형식이라 지진 피해가 컸다. 같은 동네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 대부분이 대피하지 않고 일상을 보내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장성동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강모(48ㆍ여) 씨도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어 지진 피해는 크지 않았다고 답했다. 강 씨는 “아파트만 멀쩡하지 바로 앞 학교와 체육관은 유리창이 모두 깨져 흉한 모습”이라며 “아파트 앞 음식점은 지진 당시 입구가 무너지며 사람들이 창문과 뒷문을 통해 겨우 빠져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포항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까지 지진으로 포항 지역 주택 1090채, 상가 84곳, 차량 38곳 등 1347곳의 민간시설물 피해가 접수됐다. 학교 32곳과 면사무소 34곳 등 공공시설도 지진 피해를 보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으로 예정됐던 포항 지역 14개 학교 중 10곳이 내벽이 갈라지는 등 붕괴 위험을 겪고 있다.

붕괴 위험 속에서도 떠나지 못하는 주민들은 안전진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61) 씨는 “온종일 시에서 스티커를 들고 다니며 파손 부위에 붙이며 안전진단을 하겠다고 말했다”며 “빨리 안전진단과 조치가 이뤄져 주민들이 돌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유오상 기자/o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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