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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최고급아파트, ‘커뮤니티’ 전쟁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간 분단
돈 문제 감정 싸움 번져 소송도

아크로리버파크 시설개방 갈등
“사유재산”vs,“공공성 조건 특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서울 강남 최고급 아파트에서 커뮤니티 시설(주민공동시설) 개방 관련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단지 및 시설 고급화로 사유재산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분쟁이 늘고 있다.

42억에 둘로 갈린 1600세대 대단지=강남구 대치동의 래미안대치팰리스(2015년 입주)는 최근 ‘분단의 갈등’을 겪고 있다. 이 아파트는 1278세대의 1단지와 330세대의 2단지로 이뤄져 있는데, 양쪽이 커뮤니티 시설 사용 문제로 분쟁을 벌이다 아예 갈라서기를 추진했다.

갈등의 씨앗은 이 아파트의 전신인 대치청실을 재건축할 때 뿌려졌다. 재건축 공사가 이뤄지던 2013년 인근 사립 중ㆍ고등학교의 일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는데, 이로 인한 배상금 42억5000만원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문제가 생겼다. 1단지 측 주민들은 자신들이 모두 부담했다는 입장이고, 2단지 측 주민들은 함께 나눠 부담했다고 주장한다.

이 일로 1단지 측은 자신의 단지 내에 있는 커뮤니티 시설을 2단지 주민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커뮤니티 시설은 양 단지 모두 갖춰져 있지만, 1단지 쪽의 규모가 훨씬 크고 수영장, 독서실, 사우나 등 종류도 다양하다.

1단지 측은 내친 김에 양 단지가 분리해서 관리하도록 지난해 관리 규약 개정을 추진했다. 사실상 이혼 절차를 밟은 것이다.

그러나 강남구청 측은 두 단지를 분리해서 관리하려면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개별 단지가 500세대 이상이어야 하는데, 2단지는 330세대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규약을 개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민들은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최근 서울행정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현재 두 단지는 어정쩡한 동거다. 2단지에서 1단지로 통하는 길은 철제 펜스에 막혀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하교길에 보면 어느 단지 아이인지 할 것 없이 근처 분식집 옹기종기 모여서 떡볶이도 먹고 한다”며 “자식ㆍ손주들이 한 학교에 다닐텐데 갈등이 계속되면 양쪽 모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설명=15일 강남구 래미안 대치 팰리스 2단지에서 1단지로 향하는 길목이 철제 펜스로 막혀 있다.]

이웃 혜택은 받고, 개방은 안하고=집값으로 치면 몇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 리버파크(신반포1차 재건축) 역시 커뮤니티 시설 개방 문제로 최근 지탄을 받고 있다. 재건축 당시 커뮤니티 시설을 인근 주민들에게 개방한다는 조건으로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설계 상의 혜택을 받았음에도, 막상 지난해 8월 입주를 하고 나서는 시설 개방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서초구청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서자 주민들은 부랴부랴 관련 협의에 들어갔다.

이 아파트의 재건축을 추진했던 한형기 조합장은 “일반분양할 때 수분양자들에게 커뮤니티 개방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며 “커뮤니티 개방의 첫 사례여서 보안 등에 대한 주민들의 막연한 두려움도 있고, 구체적인 실행 방식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반포 지역의 다른 조합 관계자는 “4~5년 뒤면 아크로 리버파크 바로 왼쪽에 있는 반포주공1단지나 바로 오른쪽에 있는 신반포3차ㆍ경남이 훨씬 좋은 커뮤니티 시설을 개방하게 될텐데, 서로 개방하면 공리(功利 )가 커지는 거고 막아버리면 자기 것만 누리고 사는 거다”라며 “근시안적 이기주의가 아쉽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커뮤니티 시설 개방 관련 분쟁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커뮤니티 시설은 기본적으로 사유재산인데 요즘 호텔급 서비스를 갖추게 되면서 그러한 인식이 더욱 강해진 반면, 정부에서는 공공성 확보를 위해 개방을 유도하고 있다”며 “충돌하는 두 가치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가 관건”이라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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