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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동건 초대형 IB…신탁사에 미풍? 태풍?
5곳 年10조 부동산 투자 가능
PF 등 관련 투자경험 풍부
한토신·한자신 떼돈 버는
차입형신탁 허가여부 관건


초대형 투자은행(IB) 시대가 열리면서 금융과 부동산의 다리 역할을 하며 성장세를 달려온 부동산신탁사들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13일 정례회의에서 한국투자증권을 초대형 IB로 지정하고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내렸다.

이에 따라 한투증권은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최대 8조원까지 조달할 수 있다. 한투증권은 내년 4조원, 2020년에는 8조원 이상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가운데 부동산 관련 증권에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은 30%수준으로, 금액으로 따지면 약 2조원에 달한다.


유상호 한투증권 사장은 전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초대형 IB가 부동산 투자에 편중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 “부동산 편입은 하지만 도입취지인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에 맞게 그쪽 바구니를 먼저 채울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발행어음 사업 성공의 핵심요소인 기업금융자산과 부동산 금융 관련 운용 역량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신탁사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한투증권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탁사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부동산 신탁으로 당장 업무를 확장해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부동산 신탁은 단순히 자금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기획력 등 관련 전문성과 축적돼온 노하우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대형 금융사 계열 신탁사들이 부동산 신탁에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조성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 역시 “신탁사가 개발사업을 진행하는데 노하우가 생기면서 고유영역이 생겼다”며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다. 최대 관건은 부동산 신탁의 수익 성장을 이끌어온 차입형 토지신탁 업무까지 초대형 IB가 손에 넣을 수 있는지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상위권 신탁사는 이익 대부분이 차입형 토지신탁에서 나온다”며 “차입형 토지신탁을 열어주지 않는다면 상위권 신탁사가 받는 이익감소는 5% 미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입형 신탁은 신탁사가 토지를 위탁받아 시공사에 발주는 넣는 형태로, 직접 자금을 조달해 투입하고 분양수익을 거둔다. 차입형 토지신탁의 수탁고는 2013년 2조9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 6조5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총 영업수익에서 차입형 토지신탁의 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6.9%에서 41.7%까지 높아졌다.

초대형 IB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를 넘어 차입형 토지신탁까지 넘볼 경우 신탁사로선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초대형 IB가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 가능한 금리는 연 2% 안팎으로, 신탁사들이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발행 금리(연 3~5%)보다 낮다. 11개 부동산 신탁사가 형성해 놓은 6조5000억원 규모의 시장에 2조원 뭉칫돈을 든 초대형 IB가 저리를 무기로 뛰어들면 단숨에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더군다나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도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익명의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부동산 경기 조정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위험관리가 중요한 차입형 토지신탁 업무를 당장 경험 없는 초대형 IB에 내줄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인가가 나고, 대규모 인력 빼가기가 일어날 경우 신탁사의 위기는 현실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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