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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로조각가, 여전히 석고를 만지는 이유…“순간을 화석화”
김종영미술관, 최의순 초대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석고는 조각을 시작했을 때부터 다룬 소재지요. 당시 6ㆍ25 한국전쟁으로 모든 물자가 귀할때 였어요. 석고만이 나에겐 조형실험을 할 수 있는 매체였지요. 그리고 15분이면 굳어요. 순간의 시간을 화석화 하는게 바로 석고입니다”

원로 조각가 최의순(83)이 석고라는 재료에 천착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은 가을 원로조각가 초대전으로 최의순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2002년이후 15년만이다. 전시에는 1996년부터 올해까지 제작한 조각 18점과 드로잉 43점이 나왔다. 조각 18점 중 한 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석고다. 

김종영미술관 1전시실 전경 [사진제공=김종영미술관]
최의순, 像 012, 70x40x70cm, 석고, 2012 [사진제공=김종영미술관]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여든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정정함을 자랑했다.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갠 석고를 발라 형태를 만드는건 조각예술의 본질인 공간과 볼륨의 문제를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작가는 작품에 빛이 떨어지는 각도에 따라 공간감이 달라지는 것도 석고조각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총 18점의 조각중 16점은 비구상이고 2점만이 구상이다. 하나는 오랜 스승이자 동료 교수로 30년을 동고동락한 고(故)김종영 조각가고 다른 하나는 고(故)김태관 신부다. 작가는 “김종영 선생은 미술을 전혀 모르던 나에게 조각이라는 장르를 알게 해 준 사람이고, 김태관 신부는 예술철학을 가르쳐준 사람”이라며 “지금의 나를 있게한 스승님들이라, 전시에 모시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최의순, 우성 김종영, 65x47x67cm, 석고, 2011 [사진제공=김종영미술관]
최의순, 그대를 무엇이라 부르오리까 (김태관 신부), 23x30x37cm, 석고, 2009 [사진제공=김종영미술관]

고(故)김종영과의 인연은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소과 주임교수였던 김종영선생은 대학을 갓 입학한 신입생이었던 최의순에게 “예술의 길은 혼자 가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최 작가는 그 말을 들은지 64년동안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며 오로지 교육과 작업에 전념해 왔다. 

작가는 김태관신부로부터 자크 마르탱(1882~1982)의 ‘시와 미와 창조적 직관’이라는 책으로 강의를 들으며 미학에 눈을 떴다. “신부님이 늘 강조하셨던게, 작가는 물질에 아름다움을 집어넣고 그 물질을 넘어서 아름다움을 드러내야한다고 하셨죠. 그 아름다움이 보여야 작품이고 그게 없으면 물질로 끝난다고” 스승의 가르침은 팔순이 넘은 지금까지도 지켜야할 금과옥조로 자리잡았다.

3층 전시실 한면을 가득 채우는 드로잉도 눈길을 끈다. 콩테로 그려낸 그림들은 “순간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장면”을 포착한 작품들이다. 드로잉선에서 느껴지는 탄탄함과 깊이가 작가의 내공을 감히 짐작케한다. 전시는 12월 10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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