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사랑에 있어 우리가 뭔가를 나눌 수 있다면 그 관계는 더욱 좋아질 것입니다. 꼭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마음을 전할 때도 ‘나누다’라는 것은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성정기 데이라이트(Daylight) 디자이너는 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진행된 ‘헤럴드디자인포럼 2017’에서 ‘디자인으로 만드는 더 큰 세상’이란 주제의 강연을 통해 디자인을 ‘행동언어’로 바라볼 것을 조언했다.

성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할 때, ‘아름답다’‘귀엽다’ 등 형태에 대한 것이 아니라 행동 이야기를 사용하면 다른 형태의 디자인이 가능하다”며 새로운 시각으로 디자인하는 법을 제시했다.

“디자이너에게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자신의 강연을 ‘사랑이야기’로 풀어나갔다. 자연과 사람, 제품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디자인의 역할을 사랑으로 풀어낸 것이다.

사랑의 시작은 듣는 것부터다. 그는 디자인을 ‘듣는다’라는 행동언어로 바라봄으로써 탄생한 대표적인 디자인으로 포르쉐가 내놓은 드라이어를 예로 들었다. 성정기는 “우리는 아침마다 예쁘게 치장하기 위해 드라이어를 사용하면서 매일 소음을 머리에 뿌린다. ‘듣는다’라는 키워드가 디자인에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포르쉐의 드라이기는 부웅하고 엔진소리가 난다. 이 같은 디자인은 세심하게 제품을 듣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사랑이 무르익었을 때 등장하는 것은 ‘만진다’라는 행동이다. 여기서 그는 자신이 디자인한 샴푸용기를 소개했다. 용기마다 홈을 다르게 적용함으로써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내용물을 알 수 있도록 한 디자인이다. 그는 “만지다라는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생존에 필요한 일이 된다”며 “이는 단지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닌 보편적인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성정기 데이라이트 디자이너가 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진행된 ‘헤럴드디자인포럼 2017’에서 ‘디자인으로 만드는 더 큰 세상’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사랑하는 관계에서 ‘방해’ 역시 때로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성정기는 이것을 수도꼭지에 적용, 기존에 아래로 바라보고 있는 수도쪽지의 방향을 사용자로 향하게 바꿔서 디자인했다. 그는 “많이 틀면 사용자에게 쏟아져서 어쩔 수 없이 물을 줄여야 한다”며 “이 처럼 생활패턴을 방해하는 것들도 디자인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강연의 마지막에 그가 강조한 키워드는 바로 ‘나누다’다. 성정기가 말하는 나눔은 특정한 누군가를 위한 것이 아닌 보편적인 디자인이라는 그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그 예가 바로 그가 디자인한 ‘유니세프 프렌즈’다.

성정기는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면서 만난 아이들이 뭔가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말이 안 통하니 뭘 줘야할 지 몰랐는데 그들이 집은 것은 연필 한 자루였다”며 “일상으로 돌아오니 내 책상에 수많은 펜이 있더라. 그 때, 아직도 우리는 여전히 수 많은 펜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다음 펜을 위해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 후 그는 종이를 말면 펜이 되는 엽서 형태의 펜을 디자인했다. 그는 “펜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내가 하는 디자인이 올바른 디자인인가 고민을 하게 됐다”며 “하나의 펜을 살 돈으로 엽서 두 개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내 것과 함께 그것이 필요한 상대방에게 펜을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정기는 “결국 관심에서 나오는 키워드들, 기존에는 사용하지 않았던 행동언어가 키워드가 되면 좀 더 제품들이 사람과 자연에 더 가깝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디자인은 나와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 나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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