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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실효성 의심스러운 ‘공정위 외부인접촉 관리 방안’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전에 등록된 사람들만 공정위 출입과 직원 방문 면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판 로비스트법을 만들었다. 이른바 ‘외부인 출입·접촉 관리 방안 및 윤리 준칙’이다. 앞으로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속하는 57개 대기업의 대관업무 담당자와 김앤장, 광장 등 28개 법인은 등록을 해야만 공정위에서 직원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오히려 지난 9월 발표한 ‘공정위 신뢰제고 방안’에 대한 실망감만 불러온다.

불과 한달여 전 공정위는 공직윤리 강화의 일환으로 아예 직무 관련자와의 사전 접촉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부득이한 경우 서면보고를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시엔 엄중 제재키로 했다. 과하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사이 공정위 직원과 공정위 출신 로펌 전문위원이 대기업 대관 담당자들과 무려 석 달간 같은 조에 속해 외부교육을 받고 있지만 관련 내용이 전혀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국감에서 드러났다. 전현직의 친분은 물론이고 학연 혈연까지 찾아내 돈독한 관계가 형성될 것임은 물론이다. 결국 두달도 안돼 더 엄격한 세부 지침을 만들어야 할만큼 지난번 공정위 신뢰제고 방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증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번 준칙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공정위 내부 기강문제를 지적받은 김상조 위원장이 “더이상 말만으로는 공정위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좀 더 강화된, 외부관계자 접촉 스캐닝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말한지 불과 일주일도 안되 발표됐다. 그만큼 급조된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헛점도 여전하다.

사회 상규상 허용할 수 밖에 없는 경조사, 토론회ㆍ세미나ㆍ교육프로그램 등에는 보고 의무도 부여하지 않을만큼 직무관련성 유무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애매모호하고 교육 접촉은 되는데 합숙하면 안된다는 유연하기 짝이 없는 유권해석들이 난무할게 뻔하다.

청와대 등 상층부의 외압으로 공정위 자율성을 침해당하는 사례가 수도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대기업과 로펌에는 장벽을 치면서 같은 공무원들간의 일탈 가능성은 아예 고민하지도 하지 않았다. 등록 대상 직원을 공정거래 업무 담당자가 아니라 ‘공정위 사건 담당한 경력이 있는 자’로 한정한 점도 뚫린 구멍이긴 마찬가지다.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면 규정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공정위 윤리준칙은 좋게 봐도 ‘고육지책’이고 비난하자면 ‘눈가리고 아웅’이다. 그물만 촘촘히 짜는게 능사가 아니다. 어부의 서툰 그물질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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