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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한미일ㆍ北 ‘트랙1’ 접촉?…北최선희 온 모스크바 회의에 3국 현직관리 파견
-美, 실무급 인사 모스크바 파견예정
-日 가나스기 아시아대양주 국장 20일 모스크바행
-외교부, 국장급 인사 파견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참석하는 19일 모스크바 (핵)비확산회의에 한국과 미국, 일본 외교 당국자들도 참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소식통은 이날 회의에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현직 관리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출범 이후 미국이 현직 당국자를 북한이 참석하는 ‘1.5 트랙’(반관반민) 행사에 파견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대화의 조건으로 걸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송환을 위한 ‘트랙 1’ 접촉 이후 북한 당국자들과의 접촉을 거부해왔다. 올 들어 노르웨이, 스위덴, 러시아 등에서 이뤄진 1.5트랙 대화에도 미측 참가자는 전직 관리들이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이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해 입국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당초 회의에 참석할 미국 현직관리는 6자회담 수석대표이자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일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외교관 출신 게오르기 톨로라야 박사는 러시아 현지매체에 “윤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도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달 말 미국의 조셉 윤 특별대표를 회의에 초대했다. 하지만 조셉 윤 특별대표는 18~20일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와 한일ㆍ한미 협의 일정으로 한국에 머물 예정이기 때문에 모스크바 확산회의가 열리는 19~20일 회의참석이 어렵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실무급 인사를 파견한 것으로 안다”며 “일본 측에서도 현직관리가 참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본 외무성 당국자는 현재 방한 중인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 신문 등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가나스기 국장이 한국에서의 한미일ㆍ한일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마치고 모스크바로 향한 뒤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도 국장급 인사를 파견할 예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내부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하다못해 조우형식을 빌려서라도 얘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며 “청와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사실상 참석이 확정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북한과 한미일 현직관리들과의 유의미한 대화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앞서 러시아는 북측에 남측과의 고위급 대화를 제안하는 등 남북대화 중재를 시도했지만, 북측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간 대화도 마찬가지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모스크바 비확산회의는 지그프리드 해커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선임연구원과 같은 핵무기 전문가ㆍ과학자들이 기술문제를 전문적으로 논의하는 회의였다”며 “최선희 국장이 이번 회의에서 북한이 수소폭탄을 가지고 있다는 자료의 증명을 시도하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북미 간 유의미한 대화는 이뤄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국장이 전향적인 자세로 나온다면 다른식으로 대화가 이뤄질 수는 있겠다”고 덧붙였다.

19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최 국장은 21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예정된 비확산회의의 ‘동북아 안보’ 세션과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다자외교’ 세션에서 토론자로 직접 나설 계획이다. 최 국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인해 핵을 개발했고, 앞으로 핵무기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는 기존 북한의 입장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한국 측에서는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 출신의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가 한반도 세션에 참석한다.

40여개 국가에서 200여명의 전현직 외교안보 관계자가 참석하는 ‘모스크바 비확산회의’는 러시아에서 열리는 외교안보 컨퍼런스 중 가장 규모가 큰 회의다. 내년 50주년을 맞는 핵확산방지조약(NPT)에 의의와 함께 한반도의 북핵 위기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미국 측에서는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과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북한정보분석관, 해커 박사 등이 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비확산회의의 환영만찬은 외무부 영빈관에서 열릴 정도로 러시아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초 러시아 측은 지난달 말 최 국장과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외무부 특임대사와의 회담을 주선하면서 최 국장을 회의에 초청했다. 최 국장의 참석이 확정되자 러시아 측은 우리 정부에 당국자 파견을 적극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소식통은 “최 국장을 초대하긴 했지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참석이 확정되면서 한반도 문제의 적극적 중재역할을 자청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앞서 미국은 북미간 물밑 접촉설을 부인하면서도 외교적 해결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북한이 어떠한 종류의 대화에도 관심이나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나) 대화는 분명 우리의 선호이고, 외교는 우리가 선호하는 접근 방식”이라고 말했다.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은 전날 한미일 외교차관협의를 마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비핵화 과정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3국은 앞으로 예정돼있는 각종 외교일정과 국제행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힌 바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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