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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매한 법령에…은행권 기관영업 뒷거래 ‘속수무책’
현행법상 이익제공 금지하지만
기준 없고 처벌 약해 있으나마나
금감원 “법이 그러니…방법없다”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 선정에 1000억원대의 초고가 전산시스템 설치 조건이 ‘뒷거래’되면서 은행들의 기관영업 과당경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칫 일반 소비자들에게 교묘히 비용부담을 떠 넘길 수 있어서다.

은행법에서는 원칙적으로 ‘영업을 위한 재산상 이익제공’을 금지하고 있지만 처벌이 약하고, 그나마도 시행령에서 ‘회피’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현행 은행법은 은행업무 등에 관련해 은행 이용자에게 ‘정상적인 수준을 초과’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34조의2 1항)하고 있다. 은행권의 기관 영업을 위해 해당 기관에 출연금이나 기부금 등 이익을 제공할 경우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게다가 은행법 시행령은 불법의 기준이 아닌 처벌을 피할 ‘절차’만 알려주고 있다.

은행법 시행령(20조의2 3항)는 은행이용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제공할 때 ▷준법감시인에게 보고 ▷5년간 제공 목적, 제공 내용, 제공 일자 및 받는자 등의 기록을 유지 ▷이사회 보고 ▷내부통제기준 운영 ▷10억원 초과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 등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은행이 은행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정상적인 수준’의 재산상 이익에 대한 기준이 아니라 재산상 이익을 제공할 때 필요한 절차에 대한 내용만 있다. 은행이 기관영업을 따내기 위해 직원 복지에 수십억 원의 출연금을 내고, 해당 기관의 전산 인프라를 바꿔주어도 ‘절차’만 잘 지키면 5000만원의 과태료도 피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국민연금 같은 공적 기관도 버젓이 뒷거래를 요구할 수 있다.

물론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과도한 기관영업 행태를 방관만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현행법상 제동을 걸만한 규정이 없다보니 솜방방이 처벌을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들을 대상으로 기관 영업 경쟁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향후 비방전이나 과도한 조건 제시 등을 하게 되면 기관 경고 등 엄중한 조치를 내리겠다는 것이다.

대전ㆍ강원ㆍ충북ㆍ충남 등 광역 자치단체 및 50여곳의 기초 자치단체의 주거래 은행 교체가 올 하반기에 집중돼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하지만 은행들은 금감원의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법적으로 처벌 규정이 모호하다보니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라가더라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철웅 금감원 일반은행국장은 “은행이 기관영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 등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 해당은행이 기관에 제공한 재산상 이익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한 사실 파악이 어렵다”며 “현장에서 전문가인 이사회나 준법감시인에게 맡기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3월 은행의 기관영업 관련 내용에 대해 현장 점검을 했다”며 “경미한 위반사항만 있어 구두 경고로 마무리했다”고 덧붙였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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