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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과학문화융합포럼 공동대표]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지난주, ‘2017 미술주간’ 행사를 총괄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황진수 시각예술부장이 필자에게 뜻밖의 말을 전했다. ‘개막식에서 깜짝 이벤트로 ‘1분 스피치’가 진행되는데 필자도 참여해 달라’는 얘기였다. 그는 ‘분위기도 띄울 겸, 1분이 지나면 마감 종이 울리니 제한된 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한마디로 ‘1분 안에 모든 것을 끝내라!’는 요구였다. ‘불과 1분 만에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참석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2017 미술주간 운영위원장인 필자는 적잖이 신경이 쓰였다.

올해 3회째를 맞은 미술주간(10,13~22일)은 특별히 2017년을 ‘작가의 해’로 지정해 ‘별별 아티스트‘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포트폴리오 컨설팅,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특강, 미술인 법률 상담 등 작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따라서 작가들이 공감하는 메시지를 ‘1분 스피치’에 담아야 했다.

필자는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에서 1분 스피치 비결을 찾아보았다.

빨리(Speedy), 간단하게(Simple), 감성적으로(Sensitive) 말하는 ‘3S’를 지키면 상대를 집중시키는 말하기에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과연 실천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고민 끝에 두 예술가인 데이비드 베일즈와 테드 올랜드의 공동저서인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에 나오는 구절을 낭송하는 것으로 ‘1분 스피치’를 대신하기로 결정했다.

필자는 책을 읽다가 공감하는 글귀를 발견하면 밑줄 긋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은 밑줄 긋기가 많이 된 책 중 한 권이다. 책에는 작가들이 창작 활동을 하면서 부딪치는 어려움,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대안 제시, 작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도록 용기를 주는 조언이 담겨 있다.

개막식 날, 사회자의 호명에 필자는 단 위에 서서 밑줄 긋기 된 구절을 낭송했다.

‘예술을 창조한다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에게 필요한 목소리는 오직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목소리라는 인식이 우선해야 한다…작품의 올바른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벼랑 끝으로 가서 깊은 구렁을 들여다보아야 할 필요도 있다…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빛을 기다리자. 예술이란 어둠 속에서 기적같이 솟아나는 것이 아니라 빛 속에서 순리대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낭송이 끝남과 동시에 마감 종이 울렸다. 정확히 주어진 시간 안에 ‘1분 스피치’를 마치는 임무를 완수한 것이다.

의자에 앉자, 옆자리의 오정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방금 낭송한 책 제목을 알려달라고 말씀하셨다.

필자는 한시름 놓았다.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두려움과 마주하고, 이겨내는 것이라는 ‘2017 미술주간’ 행사 기획의도에 소설가인 오정희 직무 대행이 공감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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