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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권 '도 넘은' 기관 특별대우
우리, 국민연금에 초고액전산 장비 약속
국민, 경찰대상 연1%대 신용대출
뚜렷한 실리 없는데도 출혈경쟁
비용부담 일반대출금리 상승요인


지난 16일 오후 전북 전주 소재 국민연금 본사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허인 국민은행장 내정자, 위성호 신한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등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이 총출동했다.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 선정의 최종 프레젠테이션(PT) 발표 때문이다. 신한과 국민이 박빙일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과 달리, 승리의 축배는 우리은행으로 돌아갔다. 이 행장이 직접 나서 국민연금에 정보화 사업 및 중장기 전략과 관련, 경쟁사와의 차별성을 설명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날 우리은행이 정보화사업 비용으로 적어낸 비용은 1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기관 영업이 도를 넘어서 과열로 치닫고 있다. 기관들은 은행간 경쟁을 이용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고, 은행들은 영업권을 따내려고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써가며 요구 사항을 모두 들어주고 있다.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이 우리은행으로 바뀌면 신한은행이 5년 전 정보화사업의 일환으로 구축했던 630억원 규모의 전산 인프라를 모두 해체해야 한다. 그 자리에 우리은행이 추진하는 1000억원 규모의 최신 인프라가 들어올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주거래은행 사업자 선정을 경쟁 입찰에 부치면서, 조건으로 국민연금의 전산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소위 ‘정보화사업’을 내걸었다. 주거래 입찰 평가 항목 중 업무수행능력(38점) 다음으로 정보화사업(32점)이 두 번째로 배점을 높게 책정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입찰에 참여할 때 시스템통합(SI) 업체들과 공동으로 참여했다.

지난 7월 경쟁입찰로 진행된 경찰청 주거래 금융기관 선정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1%대 신용대출 금리와 모든 카드 혜택을 모아놓은 복지카드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KB금융이 선정됐다. KB금융은 ‘경찰공무원의 복지서비스를 지원한다’는 계약 항목에 따라 카드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경찰공제회에 출연금을 적립할 방침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KB금융에 앞서 주거래 금융기관이었던 신한금융은 2012년부터 2017년 6월까지 경찰공제회에 36억원을 적립했다. 따라서 KB금융 역시 향후 5년간 40억원 이상의 금액을 공제회에 적립해야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은행권의 기관 영업에 쓰는 과도한 비용 지출은 단순히 수익성 악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은행업의 특성상 영업비용을 흡수하기보다 대출 금리 상승 등으로 전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은행들의 기관영업 출혈 경쟁은 애꿎은 일반 개인고객들의 대출 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나 경찰청 등 대형 기관의 주거래 금융기관으로 선정되면 상징성이 있는데다 고객 저변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면서도 “각 기관이 경쟁 입찰의 장점을 활용해 지금처럼 금융권에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면 결국 그 비용은 다른 부분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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