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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중으로 한국사회를 읽다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 이상원 개인전

너른 잔디밭에 사람들이 너도 나도 피크닉매트를 깔고 자리잡았다. 아마도 어떤 공연을 보러 모인 이들은 여유롭기 그지없다. 때론 가족들과 깔깔거리며, 때론 들려오는 음악에 집중하며, 때론 같이 온 이들과 나누는 이야기에 빠져 이 시간을 보낸다. 여가를 만끽하는 동시대 한국인들의 모습이다. ‘군중’을 통해 동시대를 그리는 작가 이상원(39)의 작품이다.

서울 성곡미술관은 2017년 ‘내일의 작가’로 이상원을 선정했다. ‘내일의 작가’상은 젊은 작가를 선정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1998년 이래 52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해 수상자인 이상원은 ‘The colors of the Crowd(군중의 색채)’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전시에는 군중 시리즈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30여점이 선보인다. 

In summer, watercolor on paper, 2013

충북 청양출신 작가는 1990년대 초 서울로 이사하며 ‘사람이 북적대는 도시’에 큰 충격을 받는다. 이후 봄이면 꽃놀이, 여름이면 수영장, 가을이면 단풍놀이, 겨울이면 스키장으로 몰려가는 사람들의 패턴과 흐름이 동시대를 반영함을 캐치한다. 그렇게 캔버스에 옮겨진 장면들은 여름의 한강수영장, 어린이날의 어린이 대공원, 고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 전국 노래자랑의 관객들 등이다.

가장 근작은 지난 겨울 광화문을 메웠던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장면들을 담았다. 구상적 요소가 배제돼고 추상적인 군중의 느낌만남아있지만 어떤 장면인지 충분히 짐작가능하다.

이상원 작가는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기 보단 지금 내가 속한 사회 상황을 담으려 했습니다. 나와 세상과의 관계를 시각화 한 것”이라면서도 “작가가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긴 어렵다”고 했다.

작품은 대부분 작가가 찍은 사진을 여러장의 사진을 활용해, 회화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탄생한다. 수채와 유채, 영상, 수묵을 넘나드는 작가의 실력은 ‘정말 그림 잘 그리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성곡미술관측은 “이상원 작가는 전통적 회화 작업을 고수하면서도 작업의 기반으로 사진을 활용해 회화와 사진이라는 이질적 두 장르의 충돌과 조화를 탐사한다”고 평했다. 전시는 11월 19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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