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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감서 뜬 후분양, 주택시장 태풍 되나
김현미 장관 “LH부터 도입”
부실시공 줄고 ‘깜깜이’ 해소
이면엔 집값 상승·투기 요인
건설사는 자금조달력이 관건


후(後)분양제가 주택시장의 태풍이 될 조짐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후분양제 도입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선(先)분양제는 주택이 부족했던 1977년 도입됐다. 국가 재정이 부족했던 때 정부의 부담 없이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었던 묘수였다. 당시 정부는 분양가를 철저하게 통제해 소비자를 보호했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선분양 특혜가 고개를 들었다. 자재 바꿔치기와 부실공사, 분양권 투기 등 사회적인 문제가 불거졌다. 분양권 불법 전매가 횡행했고 분양권 거래규모는 한 해 수십조원으로 불어났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영 국민의당의 질의에 “후분양제의 장점엔 공감한다”면서 “전면 시행에 준비가 필요한 만큼 단계적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공공부문부터 도입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후분양을 결정한 이후 지금껏 시행된 적이 없다”면서 “정권이 바뀐 지금이 후분양제를 실시할 적기”라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정 의원에게 제출한 ‘아파트 분양권 전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분양권 전매량은 11만8000건에 달했다. 2016년부터 2017년 8월까지 분양권 거래는 약 29만 건, 거래금액은 지난해에만 57조원으로 집계됐다.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금융시스템부터 건설업계의 구조, 소비자의 접근법까지 모두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실시공 문제가 줄고 ‘깜깜이 분양’이 사라진다는 기대감의 반대편에는 분양가 인상, 투기수요 확대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후분양제는 계약부터 입주까지 1년 남짓한 시간이 걸린다. 실수요자는 이 기간에 집값을 조달해야 한다. 자금조달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부(富)의 쏠림이 심화할 수도 있다. 청약통장 예금과 분양채권 등으로 운영되는 주택도시기금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역할 등 제도적 변화도 필수적이다.

신규 공급물량 감소도 후분양제의 과제로 꼽힌다. 중간비용이 없고 금융권에 기댄 사업비를 마련할 수 없어 건설사들의 사업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자금이 풍부한 대형 건설사 위주로 살아남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김 장관은 “민간부문은 후분양을 하는 업체의 대출보증제도, 공공택지 공급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국감에 참석한 김선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과거 어떤 장관도 후분양제를 이야기한 적이 없어 김현미 장관의 이번 발언은 더 의미가 크다”면서 “다만 참여정부에서도 로드맵을 만들고 실제 이행하지 못한 것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회와 시민단체, 소비자 등이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찬수 기자/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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