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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와 자개로 그려낸 시간의 기억…김덕용 개인전
이화익갤러리 ‘오래된 풍경’전, 10월 31일까지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영락없는 봄바다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은 쨍하지만 봄볕을 머금은 바다는 한없이 반짝인다. 고즈넉한 정자에 서서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이 나무와 자개에 그대로 담겼다.

‘나무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 김덕용(56)의 개인전 ‘오래된 풍경’이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엔 오래된 가구나 문짝 등의 나무판을 깎고, 다듬어 그 위에 단청기법으로 그리거나 자개를 이용해 표현하는 김덕용 특유의 작품 20여점이 선보인다. 

김덕용,관해음-해넘이 155x145cm Mixed media on wood 2017. [사진제공=이화익갤럴]
김덕용, 화엄매 66x89cm Mixed media on wood 2017.[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신작에선 한옥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주를 이룬다. 소쇄원의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제월당에서 만난 매화(결-제월당)와 다산 정약용이 정자에 앉아 책을 읽다 노을이 지는 다도해를 바라보았을 초당의 풍경(관해낙조) 등이다. 한복입은 여인과 동자 등 그가 주로 그렸던 인물은 사라졌지만, 인물이 머물던 자리의 온기는 여전하다. 전시장에서 만난 김덕용 작가는 “이제는 사람보다 자연을 바라보기 시작할 나이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가 일종의 공예로 보일법한 나무와 자개를 사용하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대학때부터 늘 따라다니던 질문은 ‘한국적인 게 무엇이냐’는 것이었습니다. 원류를 찾아 헤매던 내게 다가온 건 바로 ‘나무’였죠. 한국미술은 목조건물과 함께합니다. 공예, 건축, 회화가 따로 떨어지지 않고 버무려 나옵니다” 이후 나무를 소재로 작업하는 건 피할 수 없는 결론이었던 셈이다. 

김덕용, 관해음17-2, 100x170cm, Mixed media on wood 2017 [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김덕용, 차경-뒤안, 118x160cm, Mixed media on wood, 2017.[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나무를 다룬지 30년, 내공은 이제 목수가 건물을 짓듯 회화를 ‘건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2001년부터 사용했던 자개는 인위적으로 물을 들이지 않고도 배채법으로 은은한 색감을 낸다. 전통적인 한국의 산수화가 아닌데도 한국 산수의 전통을 계승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한국의 미는 어떤 본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재료에 있다”는 작가는 “특정 재료를 자신이 먼저 사용했다며 재료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무와 자개로 한국의 풍경을 고스란히 포착한 작가의 작품은 외국 컬렉터들의 눈에 먼저 띄었다. 이화익 이화익갤러리대표는 “2005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처음으로 선보였고, 경합끝에 홍콩 콜렉터의 손에 낙찰됐다”며 “한국적 미를 가장 잘 드러낸 작가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지난해 문을 연 아부다비한국문화원의 전시(10월 25일~11월 17일)에도 참여한다.

‘오래된 풍경’ 전시는 31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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