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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KBS 드라마스페셜’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2017 KBS 드라마 스페셜’은 지난 30년간 KBS가 선보여온 콘텐츠다. 이제는 지상파 유일의 단막극 시리즈로 남았다. 올해는 총 10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체 10편중 현재까지 6편이 방송됐다. 추석연휴 방송된 라미란 주연의 ‘정마담의 마지막 일주일’과 ‘프로듀스101’을 통해 배출된 감짝스타 김소혜가 나온 ‘강덕순 애정변천사’도 기억에 남게 하는 휴먼 드라마였다.

올해 방송된 ‘KBS 드라마 스페셜’의 인상적인 점은 드라마를 제작하는 방식에서 많은 변화가 있다는 점이다. 과거 세대들이 드라마의 완성도, 스토리의 완결성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 드라마스페셜은 영상적인 전개 등에서 매우 자유롭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주로 미니시리즈나 주말극, 일일 연속극을 보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드라마에서는 자연스럽게 클리셰(상투성)가 쌓이게 된다. 그래서 그것과는 조금 다른 드라마를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16개 짜리 미니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드라마 작법과 실험적인 전개를 드라마스페셜에서는 기대할 수 있다. 모바일로 드라마를 보고 웹드라마가 나오는 매체 환경 변화에 맞춰 드라마 스페셜도 변화되고 있는 과정에 있다.

특히 올해는 ‘멜로의 법칙, 멜로의 변칙’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랑을 주제로 한 단막극을 대거 선보였다. 1편은 풋풋한 사랑을, 2편은 1930년대 경성에서의 사랑을, 3편은 결혼식장에서 사라진 신부를 찾는 스릴러물, 4편은 동거남녀의 팍팍한 사랑과 취업을 선보였다.

멜로를 감각적으로 풀어나가는 방식이 2030모바일 세대들이라서 그런지 주목되는 부분이 있었다. 새로운 의미의 멜로를 다양한 터치로 보여주며 대중성과 완성도를 잡으려 한 흔적이 보인다. 이야기적으로도 20~30대 젊은이들의 씁쓸한 단면을 멜로와 결부시키고, 암울한 시대의 역사 틀속에서도 멜로를 비교적 자유롭게 풀어나간다.

가령, ‘혼자추는 왈츠’는 취업하면서 연인과 경쟁한다는 설정이 돋보인다. 왈츠는 두 남녀가 손을 잡고 춰야 우아함과 조화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홀로 각자 취업에는 성공하지만 마음은 괴롭다. 두 사람이 추는 왈츠의 영상화로 이 점을 잘 표현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성행하는 ‘혼자 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신인작가와 신인 연출자들이 만드는 드라마스페셜은 이야기 부분이 약해도 영상을 과감하게 표현할 줄 안다. 미니시리즈만 보던 사람들은 분명히 새롭게 보게 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방은 부족하다. 단막극이 꼭 결정타가 있을 필요는 없지만 조용한 가운데 일으키는 파장, 탁하고 무릎을 치게 하는 맛은 떨어진다.

예를 들면, ‘당신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외국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온라인 시대의 대인관계, 남녀관계, 진실과 진심 등을 이야기하면서 다소 산만해져버렸다. 그러다 보니 주제를 선명하게 부각시키지 못했고, 이야기 진행속도에 힘이 떨어졌다.

디테일 측면에서 뭔가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끝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점들을 막기 위해서는 1부작으로만 하지말고, 이야기 전개에 따라 2~3부작도 좋고, 중간중간 언뜻 보이는 미니시리즈식 작법의 상투성을 걷어내야 한다.

최근 KBS 미니시리즈나 주말극에 출연했던 젊은 배우들을 단막극 주연으로 캐스팅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겹치기 출연같은 느낌을 줄 수 있어 과감한 신인 캐스팅도 시도해볼만하다.

드라마는 내수시장만으로는 제작비를 건지기 힘들 정도로 제작 규모가 커졌다. 시청률에 극도로 민감한 미니시리즈나 연속극에서는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드라마스페셜은 다양한 장르와 소재에 도전할 수 있다. 가령, 수사장르 미니시리즈에서는 남녀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단막극에서는 미니시리즈에서는 하지 못하는 것들, 반전이나 트릭, 수사관이 당하는 것 등을 시도할 수 있다.

멜로물도 단막극에서는 역사를 건너뛴다거나, 미래세계를 부여해주는 등 실험적인 상황들을 묶은 이야기도 가능하다. 판타지, 수사물, SF 장르와 접목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단막극은 장르 실험장이다.

KBS 드라마스페셜이 1년에 10편을 한다면 5편 정도는 휴먼 가족극을 하고, 나머지는 이런 것들로 확대해나가 드라마의 저변을 넓혀나가고 식상해진 드라마를 다양화시켜나갈 것을 기대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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