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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광장]경영현안을 해결해 나가며--이양호 한국마사회 회장
꺾이지 않을 것 같던 더위도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는 가을이다. 주름이 늘어나는 만큼 생각도 깊어지는 요즘, 명불허득(名不虛得)이란 글귀가 머릿속을 맴돈다. 자고로 명성이나 명예는 헛되이 얻을 수 없다. 하물며 이를 유지하기란 더욱 어렵다. 큰 영광을 누리던 기업마저 사소한 부분들이 쌓이고 쌓이면 몰락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9개월 남짓 한국마사회를 이끌며 고객뿐만 아니라 직원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자했던 건 이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경청으로만 끝내서도 안 된다. 문제라는 생각이 들면 지체 없이 행동에 옮겨야한다. 경영도 상처와 마찬가지라 방치하면 곯는다. 그런 의미에서 ‘경청’과 ‘실행’ 이 두 원칙은 최고의 경영철학이라 부를만한 것들이다.

매출의 70%가 장외발매소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용산을 폐쇄키로 한 것도 결국은 이러한 원칙에 따른 결과다. 그동안 한국마사회는 용산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장학금을 비롯해 약 18억 원의 기부금 집행 및 지역주민 200여명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폐쇄를 결정하게 된 것은 이젠 경청을 뛰어넘어 사회적 타협을 위해 행동해야 될 때라는 판단에서였다.
이양호 한국마사회 회장 [사진=헤럴드 DB]

시간제경마직의 정규직 전환을 결심한 것 역시 큰 틀에선 용산과 다를 바 없다. 비용 증가가 두려운 것은 사실이나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와중에 언제까지고 귀를 닫고 있을 순 없다. ‘국민행복을 향한 질주’란 슬로건이 무색하지 않게 공기업인 한국마사회가 앞장서야만 했다.

말관리사 문제도 마찬가지로 현재 한국마사회는 별도 협의체를 운영하며 말관리사 고용문제를 논의해오고 있다. 사실 경마 시행 국가들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개인사업자인 조교사가 관리사를 고용하는 ‘개별 고용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말관리사들의 고용 안정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경마 공정성’과 ‘말관리사 처우 개선’이란 두 원칙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앞으로도 많은 대화와 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숨 가쁘게 달려오다 보니 2017년도 채 몇 달이 남지 않았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지난 9월 깊은 고민의 시간을 거쳐 경영쇄신방안을 수립한 것은 아직도 한국마사회의 앞길에 드리워진 암운이 온전히 사라지지 않은 탓이다. 생각건대 이를 해결키 위한 방안은 결국 5가지다.

첫째, 국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경마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신명나는 경주와 응원, 다양한 엔터테인먼트가 조합된 한국형 경마문화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장외발매소도 국민 눈높이에 맞춰 혁신해야 한다. 이전보다 지역사회 의견 수렴에 집중하되, 각종 제도혁신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중독예방ㆍ치유시설을 확대하고, 불법사설경마를 뿌리 뽑아 경마의 건전성을 끌어올려야한다. 그러지 않고선 오랜 시간 고착화된 부정적 인식을 온전히 끊어낼 수 없다.

넷째, 영천경마공원 등 숙원 사업도 하루빨리 마무리지어야 한다. 이는 지역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의미가 상당히 높다.

마지막으로 공공성을 지금보다 강화하고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더욱 높여나가야 한다. 생활승마를 활성화하고, 유소년 승마인구 육성사업 및 사회공헌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이를 위한 좋은 묘책이라 할만하다.

현재로선 하나하나가 달성하기 쉽지 않은 과제들이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 저변에 쌓인 믿음과 신뢰는 언젠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한국마사회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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