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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김택수 계명대학교 경찰법학과 교수]기소와 수사는 분리될 수 있는 것인가?
적폐청산, 검찰개혁이라는 화두 아래 수사기소 분리를 위한 형사사법 시스템 개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과 더불어 검찰의 직접 수사권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검찰 일각에서는 ‘수사와 기소는 분리될 수 없고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 축소를 골자로 한 수사권 조정은 수용하기 어렵다, 기업범죄나 정치인 관련 범죄는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행사하여야 한다’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 역시 인사청문회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수차례 이와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과연 기소와 수사는 분리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검찰제도가 탄생한 프랑스의 예로부터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전 구체제의 규문판사는 검사의 도움 없이 직접 범죄자를 수사ㆍ소추하여 심판까지 담당하는 소위 ‘원님 재판’을 수행하였고 이로 인한 사법권 남용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혁명 이후 ‘검사가 기소하지 않으면 법원은 심판할 수 없다’는 원칙이 확립되고 공소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근대 검찰제도가 탄생하였다. 1808년 현재의 형사소송법의 전신인 치죄법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검사에게 어떠한 권한을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검사에게 수사 및 소추의 권한을 모두 부여하자는 주장도 그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당시 최고행정법원이면서 최고자문기관인 국사원(Conseil d’Etat)의 장(長)인 캉바세레(Cambacrs)는 “검사는 제도상 당사자이다. 이 자격으로 검사는 소추의 권한을 갖지만 이 때문에 그에게 수사를 하도록 놔둔다면 정의에 반하는 것이며, 제국의 검사는 도시를 떨게 할 작은 폭군이 될 것이다. 한 사람에게서 자신을 소추하는 권한과 소추를 정당화하는 것(증거)들을 수집하는 권한을 보게 된다면 모든 시민들이 떨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을 통해 200년 전 프랑스는 기소와 수사의 분리를 이끌어 냈다.

이처럼 프랑스 검찰제도의 역사를 볼 때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너무나 당연한 대원칙임을 알 수 있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될 수 없으며, 검사가 직접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효율성과 합목적성을 이유로 형사사법시스템의 근본이념인 적법절차와 인권보호의 원칙을 훼손해도 좋다는 주장과 같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자면 재판의 효율성을 위해 법관이 직접 증거를 수집하고 기소하여 심판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형사사법권의 행사에도 수사, 기소, 재판으로 나누어지는 권력분립의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이 세 가지 기능의 분리원칙은 규문주의를 타파한 프랑스 혁명의 산물로서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개혁 중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함이며, 과거의 교훈을 통하여 현재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함에 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왜곡되었던 검찰제도를 본래의 모습으로 바로 잡는 것이다. 검찰이 조직의 이익과 기득권을 앞세우기 보다는 국민의 이익과 인권보호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로 개혁에 동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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