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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라승용 농촌진흥청장]고향 가는 길에 만난 우리 팥 호두과자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꽉 채우면 열흘이나 되는 긴 연휴 로 인해 올해는 앞당겨 차례를 지내고 여행이나 호젓한 휴식을 계획하는 이들이 부쩍 많은 듯하다. 지난 주말 긴 휴가 계획과 맞물려 미리 벌초와 성묘를 다녀오려는 차량들로 고속도로는 심각한 정체를 빚었다. 졸음과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른 사람들의 발걸음은 종종 호두과자 판매점 앞에서 멈춘다. 고속도로길 군것질거리로는 호두과자가 단연 으뜸이다.

호두과자는 생산 지역에 따라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지만 그 맛을 좌우하는 결정타 중 하나는 팥 앙금이다. 팥의 주성분은 단백질과 당질로 미네랄, 사포닌, 식이섬유, 비타민 B군 등 풍부한 영양소를 자랑한다. 또한 사포닌 성분과 더불어 팥 껍질에 많이 함유된 보랏빛 안토시아닌은 신장강화 및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와 기미를 없애 주어 예로부터 미용에 이용돼 왔다. 특히, 쌀보다 10배가 많은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 붓기를 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팥은 ‘레드푸드’의 대명사로 불리며 젊은 여성들 사이에 다이어트 음식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팥을 이용한 대표적인 먹거리로는 천안 호두과자, 경주 황남빵, 횡성 안흥찐빵이 있다. 이중 80여년의 전통을 가진 호두과자는 최근 지역에서 생산되는 팥을 사용해 명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천안 호두과자 업체에서 한 해 동안 사용하는 팥 앙금은 약 600톤으로 이 가운데 150톤을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신품종 팥 ‘아라리’로 대체했다. 그 결과 매출도 약 30% 증가했다. 지난 2011년에 개발된 신품종 아라리 팥은 고유의 씹히는 맛과 향, 색이 우수해 수입산 보다 품질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한, 수확량도 많고 기존 팥 품종들이 덩굴성으로 쓰러지는데 비해 아라리는 직립성으로 곧게 자라는 편이라 기계수확도 쉽다. 현재 팥 주요 생산단지인 경북과 충남, 강원, 전남 등지에서 약 1000ha가량 재배되고 있다.

특히 천안 지역 내 120여 개 농가로 구성된 ‘황금들녁영농조합법인’은 아라리를 도입해 천안의 명물인 호두과자의 팥 앙금 생산을 전담하고 있어 재배면적은 늘어날 전망이다. 팥 재배농가와 호두과자 업체, 지역농협 등이 협력해 지역의 향토자원인 호두과자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지역상생의 성공모델이 되고 있다.

이 밖에 경주 황남빵과 횡성 안흥진빵을 생산하는 업체도 지역 팥 재배농가와 계약재배를 추진해 수입 팥 앙금을 우리품종 아라리로 대체하고 있다. 국산 팥의 자급률은 2015년 기준으로 28.9%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한다. 수량이 적고 기계를 이용한 수확이 어려운 재래종 팥과 수입 팥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신품종 아라리가 앙금 팥의 국산화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아라리가 이름처럼 ‘알알이 맺혀’ 국산 팥의 자급률을 높여주길 기대한다. 추석 귀성, 귀경길에 만나는 호두과자 한 알에서도 품종 국산화의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달콤한 한가위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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