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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KOREAT 맛을 공유하다]굵은 면 사이로 젓가락 휘리릭…뼛속까지 풀리는 뽀얀 국물에 ‘풍덩’
자매·올래·삼대전통고기국수 등
흑돼지 고아만든 국물에 굵은 면
숭덩 썰어올린 수육 한점에 감탄사


“면이 와이래 굵노?(면이 왜 이렇게 굵지?)”

고기국수를 받아든 관광객 한명이 평소와 다른 국수의 면모에 크게 놀란다. 하지만 이내 김가루를 치고 젓가락으로 면 위에 오른 고명들을 한번 휘저은 후 국물을 맛본 뒤 ‘시원하다’를 연발한다. 멸치로 우려낸 맑은 국물과 달리 흑돼지를 고아 만든 뽀얀 국물이 일품인 제주의 고기국수 3대 맛집을 차례로 들러봤다.

번호표를 뽑아든 사람들이 도로가에 줄지어 섰다. 제주시 일도2동 국수문화거리에 자리잡은 ‘자매국수’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비좁은 인도 위지만 자매국수의 고기국수를 맛보기 위해 10명 남짓 되는 관광객들이 다닥다닥 붙어섰다. 

뽀얀 국물과 굵은 면이 특징인 제주의 고기국수.

“고국할래? 비국할래?” 이곳 대표 메뉴인 뽀얀 국물의 고기국수와 붉은 양념의 비빔고기국수를 줄여 부르는 젊은이들이 주문 전 고민하는 소리다. 우선 대표메뉴인 고기국수를 시켰다. 국물 맛은 일본의 라멘 국물만큼 진하고 담백했다. 함께 얹어나오는 고명과 양념 때문에 돼지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고 깊은 속까지 풀리는 개운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고기국수는 제주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 다른 지역에선 멸치로 맑은 국물을 우려내지만 제주에선 특산물인 흑돼지고기로 육수를 우려된다. 제주에선 예전부터 마을 잔칫날 흑돼지를 잡아 손님을 대접했는데 여러 명이 많이 먹을 수 있도록 자투리 살코기와 뼈를 이용해 국물을 우려내 국수를 만들어 낸 데서 고기국수가 유명해졌다고 한다.

이어 시킨 비빔국수도 별미였다. 진한 국물에 입 안에 기름기가 돌아 살짝 느끼할 찰나 매콤하면서도 새콤한 비빔장에 각종 채소와 함께 비벼진 비빔고기국수는 쫄면보다 찰기가 좋아 인상적이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올래국수’의 고기국수는 면 위에 올라간 고기의 양이 유독 많고 두툼해 보였다. 국수 접시 안에 수육 한 그릇이 차려져있는 느낌이었다. 얼핏봐도 큼직하게 썰린 살코기를 한 움큼 무심한 듯 국수 위에 올려놨다. 면은 쫄면의 굵기만큼이나 굵다. 그래서 소면을 주로 말아주는 멸치국수와는 입안 가득 차는 느낌에서부터 다르다.

올래국수 근처 마리나호텔 부근에 위치한 ‘삼대전통고기국수’ 또한 고기국수 원조집 중 하나다. 이곳은 할머니, 며느리, 손녀딸로 이어지는 3대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 고기국수엔 양파, 당근, 배추 등 각종 채소가 채 썰어져 아삭한 식감을 더하고 살짝 올려진 후추는 돼지향을 잡아준다. 쫄깃한 면과 투박하게 썰어져 올린 고기 한 점을 함께 집어 먹으면 더욱 풍성한 고기국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제주=구민정 기자/korean.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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