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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코릿-맛을 공유하다(서민의 맛 ①)] 대학로서 백년식당 역사 쓰는 ‘순대실록’ 이야기
 -젊은층 겨냥 ‘순대 스테이크’로 대표맛집 우뚝
-자하손만두, 비트ㆍ당근으로 눈도 입도 즐거움
-달뜨네, 부산 바다내음 풍기는 시락국밥 한그릇
-어디서 쉽게 볼수 있지만 ‘아무나’ 낼 수 없는 맛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화려하고 복잡한 ‘걸작’을 요리할 필요는 없다. 다만 신선한 재료로 좋은 음식을 요리하라.”

‘미국 요리의 대모’ 요리연구가 줄리아 차일드(Julia Child)가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좋은 요리는 구하기 힘든 재료의 비싼 음식보다 좋은 재료로 누구나 쉽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흔한 메뉴이지만 특별한 노하우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국내 맛집들이 눈에 띄는 이유다.

서울 대학로에 자리잡은 ‘순대실록’은 전통 방식으로 만든 순대로 흔히 볼 수 있는 당면순대와 다른 깊은 맛이 난다.

흔히 순대는 ‘사이드 메뉴’로 취급돼 왔다. 떡볶이만 시키기에 2% 부족할 때, 겨울철 뜨끈한 순댓국물이 끌릴 때와같은 순간에 비로소 상 위에 함께 올리는 음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순대 하나로 온전한 일품요리를 내오는 곳이 있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위치한 ‘순대실록’이 바로 그 곳이다. 이곳 순대는 흔히 분식집에서 접할 수 있는 당면순대가 아니다. 상호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순대실록의 순대는 조선 시대 조리기록서인 시의전서에 근거해 만들어 옛날 전통방식을 살렸다.

이곳의 메뉴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전통순대와 순댓국, ‘젊은 순대’를 표방하는 순대 스테이크, 순대전골, 모듬순대, 순대철판볶음 등 모두 순대로만 만든 단일요리들이다.

특히 순대실록에서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 잡은 메뉴는 ‘순대스테이크’다. 또 다른 이름인 ‘젊은 순대’답게 얼핏 보면 젊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그 깊은 맛은 노소(老少)의 구분없이 인기가 많다. 그만큼 순대스테이크는 순대실록이 대학로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 사람들이 줄을 서게 만든 효자상품이기도 하다. 썰지 않은 순대를 그대로 둥글게 말아 뜨거운 철판에 구워 내는데 노릇하게 구워진 껍질의 촉감은 바삭하면서도 씹는 순간 순대의 속은 부드럽고 촉촉한 맛이 나는 것이 일품이다. 함께 곁들여 나오는 칠리 소스와 흑임자 소스는 구워진 순대 맛에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풍미를 더한다. 속을 채운 견과류 때문에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기도 한다. 실제로 스테이크용 순대는 흑미, 서리태, 녹두, 수수 등 견과류를 포함해 27가지 속재료로 채운 소창을 습도와 온도를 잘 맞춘 상태에서 2~3일 숙성시켜 만들어지는 제대로 된 슬로우푸드(slow food)다.

조미료를 쓰지 않아 담백한 맛이 돋보이는 ‘자하손만두’. [제공=자하손만두 네이버 플레이스 갈무리]

만두 역시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다. 그중에서도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자하손만두’는 만두계의 슈퍼스타다. 위치상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북한산과 인왕산 등의 풍경도 사계절 내내 예술적이다. 깔끔하고 담백한 손만두 하나로 자리를 잡은 자하손만두는 숙주, 애호박나물, 두부를 넣어 정성껏 빚은 손만두를 손님들에게 대접한다. 이곳 만두는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돌고, 비트와 시금치, 당근 등으로 색을 낸 알록달록한 만두피는 보기에도 입맛을 살아나게 한다.

특히 여름 만두인 ‘편수’의 맛은 별미다. 함께 나오는 알싸한 총각김치의 맛도 만두의 풍미를 한층 높여준다.

뜨끈한 곰피시락국밥으로 부산 영도맛집으로 자리잡은 ‘달뜨네’.

부산 영도구에서 계절 생선회와 시락국밥(시래기 국밥의 경상도 방언)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달뜨네’도 미식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3년 숙성된 된장과 간장으로 깊게 끓여낸 곰피시락국밥은 한 그릇 5000원으로 가격도 저렴해 서민들의 헛헛한 속을 뜨겁게 달래준다. 곰피는 미역의 일종으로 표면이 오돌오돌하고 약간 쌉싸름한 맛이 나 무침이나 쌈으로 종종 먹는다. 달뜨네에선 흰여울마을 앞바다에서 자생하는 곰피를 생수에 오래 불려 뽑아낸 진액에 꼬치고기를 우려 낸 국물을 섞기 때문에 독특한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다. 식사메뉴로 회 덮밥도 추천할만한데 큼지막한 그릇에 신선한 채소와 그날그날 잡히는 신선한 선어회가 푸짐하게 올라가 배 든든히 먹기 좋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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