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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곱고 맑은 치자물 머금은 찰기 가득 고시히카리밥 눈으로 먹고 입으로 먹죠
고은정이 제안하는 ‘가나다밥상’

“쌀로 지은 밥을 먹는 건 스스로를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자신을 존중하는 행위죠.”

쌀이 유지하고 있었던 ‘한국인의 주식(主食)’이란 지위는 흔들리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쌀 대신 먹을 수 있는 온갖 먹을거리가 쏟아진 탓이다. 우리국민 한 사람이 1년에 소비하는 쌀은 61.9㎏(2016년 기준). 역대 최저치다.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센터에서 만난 고은정<사진> 요리연구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잘 차려진 밥상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다. 우린 쌀을 먹을 수밖에 없다”며 밥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이날 오전 열린 ‘가나다 밥상’ 행사에서 시민들에게 치자밥을 소개했다. 지난 4~7월 행사에서 선보인 봄나물밥, 죽순밥, 두부밥, 삼계밥을 잇는 ‘밥 시리즈’다. 지난 7월, ‘삼계밥’을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12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

참고로 가나다 밥상은 음식과 식재료를 주제로 한 셰프, 요리연구가들의 강연과 시식을 진행하는 쿠킹 세미나다. 서울시와 한국슬로푸드협회가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해 매주 행사를 열고 있다.

치자는 쓰임새가 다양하다. 한방에서는 말린 치자 열매를 약재로 쓴다. 꽃잎은 차로 우려 마신다. 열매 씨앗에는 크로신(crocin)이란 황색 색소가 들었다. 


고은정 연구가는 치자 4~5개(10g)을 물에 넣어 시민들에게 보여줬다. 30분이 지나니 투명한 물에 붉은 기운이 가득찼다. 찬물에 우려야 곱고 밝은 노란색을 얻을 수 있다. 더운 물에 치자를 우리면 어두운 노란색이 나온다고 한다. 고 연구가는 “겨울철엔 1시간까지 충분히 우려 두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치자로 우린 물을 불린 쌀과 함께 압력솥에 넣고 밥을 지었다. 고 연구가는 경기도 평택 안중면에서 자란 고시히카리쌀로 밥을 했다. 일본 품종이지만 최근엔 국내 농가에서도 활발히 재배하는 고시히카리는, 찰기가 많아서 식어도 밥맛이 좋다.

20~25분간 끓이고, 김 빼고, 뜸 들이는 과정을 거쳐 솥뚜껑을 열면 잘 익은 노란색 밥이 얼굴을 내민다. 고은정 연구가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남이 해준 밥, 그리고 갓 지은 밥”이라며 치자밥을 그릇에 담아 시민들에게 맛을 보였다.

이날 치자밥과 황태해장국, 고추장제육볶음, 고구마순김치, 오이고추된장무침을 곁들인 밥상을 먹어볼 수 있었다. 간소하고 꾸밈없지만 자꾸만 식욕을 돋우는 식사였다.

고은정 연구가는 늘 ‘밥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험한다. 지금까지 식재료 50가지 정도를 넣어서 밥을 만들어 봤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쌀 10가지를 활용해 다양한 밥을 만드는 법을 책으로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요즘 건강식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백미는 ‘건강하지 못한 것’으로 인식된다. 도정을 거치며 영양소가 손실된다는 이유에서다. 고은정 연구가는 이 점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흰쌀을 무조건 천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밥은 필요와 용도에 따라 흰쌀, 현미 등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영양소가 많은 부분이 깎여나갔다고 하더라도 다른 식재료와 함께 밥을 지어서 보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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