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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기능과잉’ 혹은 ‘기능부실’ 뿐인 정부 위원회
24일 국토교통부가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 시행 내역’ 자료는 거수기형 정부 주도 위원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8ㆍ2 부동산 대책의 핵심 내용들이 토의도 없이 서면 심사로 급히 결정된 것은 물론이고 최근 5년간 부결된 안건은 단 하나도 없다.

총원 24명에 공무원인 당연직이 과반수를 넘는 13명이나 되니 이들만 뭉치면 안건 통과는 걱정할 게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대학교수나 연구원장 등 위촉직 민간공익위원들이 특별히 고추가루나 뿌리자고 반대할 일도 없다. 2년 임기에 무제한 연임이 가능하기에 시간이 갈수록 조용히 입맛에 맞춰주는 위원들만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주정심 위원만큼 명함에 병기하기 좋은 스펙도 없다. 국가 정책에 기여하는 전문가라는 뿌듯함도 생긴다. 많지도 않고 세금도 원천징수되지만 경제적 도움도 없지 않다. 무관심 무책임은 거수기라는 비난에서도 벗어나게 해준다. 이번 8ㆍ2대책에서도 7명의 민간위원은 서면의견조차 내지 않았다. 반대의지의 다른 표현이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공허하다. 비단 주정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름만 다를 뿐 주정심과 같은 역할을 하는 수많은 위원회들이 정부 각 부처에 산재해 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불과 얼마전만해도 새 정부들어 만들어진 대통령 직속 일부 위원회가 너무 막강한 위세로 윽박지른다는 비난이 많았다. 코드인사들로 포진된 위원회가 정부 부처위에 군림해 불필요한 마찰과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약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부처들에 호통치거나 업무보고를 퇴짜놓는 일도 벌어졌다.

대한민국 정부의 각종 위원회들은 예외없이 기능부실 이거나 기능과잉이다. 하나같이 거수기 아니면 옥상옥으로 비난받는다. 정부가 제안하는 정책에 무조건 동의하거나 정부 정책에 발맞춘 맞춤형 의견을 만들어 내는역할을 하는데 그치기 때문이다. 어느쪽이든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절차적 도구로 쓰였다는 얘기다. 둘 다 제기능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원회의 출발점은 관료제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관료와는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 결정을 막고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자는 목적이다. 일종의 소통행정을 위한 위원회의 필요성은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그건 제기능을 다했을 때 얘기다. 위원회가 제기능을 찾아 제 역할을 해야만 정책이 바로 선다. 위원회 내부의 소통, 언로를 틔우는게 먼저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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