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400조원 규모 장외 채권시장 15분 간 사실상 ‘셧다운’
- 업계 관계자 “주식시장이 15분 동안 거래가 중단된 사태를 상상할 수 있겠나”
- 금리인상 등 금융시장 이슈 발생했다면 파장 컸을 것
- 접속장애→채권거래 영향→시장금리 영향→금리 안정성 훼손 우려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1400조원 규모의 장외 채권시장이 지난 22일 개장 직후 약 15분 간 사실상 ‘올 스톱’ 상태에 빠졌다.

새롭게 출범하는 장외 채권거래 전용 시스템인 K-Bond(케이본드)의 작동이 원활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운영 주체인 한국금융투자협회는 부랴부랴 조치에 나섰으나 현장 실무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당장 해소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만약 이날 정책당국의 기준금리 변동과 같은 금융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있었다면 파장은 더 컸을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미 지난달부터 문제상황이 부각돼 초기 시스템 안정화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이어졌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사진제공=연합뉴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협회는 기존 장외 채권거래 전용 시스템인 프리본드의 접속을 중단하고 K-Bond 단독으로 접속할 것을 사용자들에게 안내했다.

그러나 개장 직후 메신저 시스템이 원활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 협회는 오전 9시 15분께 “시장에 혼선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현재 프리본드 시스템과 병행 가동하고, K-Bond 시스템 로그인 상태는 그대로 유지 부탁드립니다”고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 15분 간 거래 시스템이 정상가동하지 않은 셈이다.

이후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K-Bond, 프리본드에 모두 접속해 프리본드에서 거래하고 K-Bond에서 수요예측기능을 사용해야 했다.

개장 이후 15분 뒤 기존 프리본드 사용을 안내했으나 재접속 및 거래 정상화까지는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인 30분 정도가 걸렸을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채권은 종목 수가 매우 많고 주식과 달리 장내거래보다 장외거래 규모가 더 크다. 1800조원 채권시장 중 장외시장이 1400조원 가량이다. 올해 일평균 거래금액만 19조원이다.

장외 채권거래 시스템의 핵심은 ‘메신저’ 기능이다. 메신저를 통해 매도자와 매수자, 브로커 간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호가가 형성되기 힘들고 거래도 체결이 어렵다.

한 채권 브로커는 “메신저를 통해 주문가격, 체결가격이 형성되는데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니 거래가 형성이 되지 않고 시장이 멈췄다”고 말했다. 1400조원 시장이 ‘올 스톱’한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만약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부각됐다면 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브로커는 “8월이라 별로 거래가 없고 특별한 일이 없었지만, 만약 북한 리스크라도 불거진 상황에서 시장 시스템이 중단되고 정상적인 시장가격이 형성되지 않았다면 누군가는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채권 영업 관계자는 “장내시장은 스크린매매를 통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나 장외시장은 거래가 약 20분 간 정지된 셈”이라며 “한국은행 금통위 금리결정이 있는 날이거나 혹은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는 등 시장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큰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이 10여 분 거래가 중단된 사태를 상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협회 측의 태도가 미온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채권 영업 관계자는 “분명 개장부터 직접 접속 확인도 하고 문의전화가 많이 갔을텐데도 애써 연락을 못받았다는 식으로 대응했다”며 “되려 회사 IT담당자와 얘기해보라는 안이한 반응이 더욱 놀라웠다”고 말했다.

다른 채권 브로커는 “협회가 실제 이용자가 아니고 직접적인 피해가 없으니 대처에 더 미온적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원인을 파악해 조치중”이라며 “K-Bond 시스템 정상화가 이뤄지는대로 프리본드와의 병행가동을 중단하고 K-Bond 단일시스템으로 운용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ygmo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