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치 1900배 넘는 세균 검출되기도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여름철 시민들이 즐겨 먹는 콩국과 식혜를 비위생적으로 만든 뒤 아파트 장터 등에 넘긴 제조업체가 적발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콩국을 만드는 A 업체와 식혜를 제조하는 B 업체 업주 2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A 업체 내 제조시설 바닥에는 쥐 사체가 발견됐고, 벽에는 거미줄과 곰팡이가 가득했다.
조리 기구도 세척 상태가 나빠 파리와 모기 등이 꼬였다. 직원들은 콩국을 담글 때 맨손으로 페트병을 잡고 콩국 통에 담그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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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생복, 위생장갑 없이 식혜를 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서울시] |
이런 환경 탓에 A 업체의 콩국에선 일반 세균이 ㎖ 당 2300만CFU(세균 개체수)~1억6000만CFU까지 검출됐다. 시는 A 업체가 지난 2015년 5월부터 지금까지 약 4만8900개 콩국(1000㎖)을 판매한 것으로 파악했다.
시에 따르면 콩국이 속하는 두(豆)류 가공품은 별 다른 세균 수의 기준이 없다. 콩으로 만드는 식품 종류가 워낙 다양한 만큼, 일괄적인 기준을 정하기가 어려워서다. 그러나 콩국과 비슷한 두유류의 세균 수 기준이 ㎖ 당 4만CFU 이하인 점에 미뤄 A 업체 콩국의 위험성을 알 수 있다고 민사경은 설명했다.
A 업체는 중국산이나 미국산 콩으로 콩국을 만든 후 수도권 일대의 아파트 장터 판매업자에게 전달했다. A 업체 콩국은 일부 아파트 장터에선 집에서 직접 만든 좋은 제품인 것처럼 둔갑돼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민사경 관계자는 “A 업체는 유통기한이나 영양성분 등 ‘식품위생법에 따른 표시사항’을 붙이면 공장에서 만든 제품으로 보여 소비자가 사지 않을까봐 제품에 별 다른 표기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B 업체도 식혜 제조시설에서 동물 배설물이 나왔다. 이곳 직원들도 위생복, 위생장갑 등이 없이 맨손으로 제조작업에 임한 것으로 파악됐다.
B 업체의 식혜 제품에선 기준치 140~1900배에 달하는 일반 세균이 검출됐다. B 업체는 지난 2009년 11월부터 최근까지 식혜 24만8000여병을 판매했다.
이들 두 업체는 유통과정 또한 엉망이었다. 고온다습한 기온에 쉽게 상하는 콩국과 식혜를 감시가 허술한 오전 3~8시 재래시장 도로변에서 냉장시설도 없이 대량 유통한 것이다.
민사경은 문제의 두 제품을 아파트 장터 등에 판매한 중간 유통업자 40여명 대상으로 수사를 넓힐 방침이다.
강필영 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아파트 장터 등에서 팔리는 무표시 제품은 유통기한이나 원산지 등을 전혀 알 수가 없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며 “제품을 살 때 표시 기준을 살펴보고, 표시가 없는 제품은 구입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yul@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