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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충제 계란 쇼크] 계란들고 한참 망설이다 결국…
이마트 판매재개…불안감 여전
일부 고객 “당분간 구입안할것”
30분간 구입고객은 단 3명뿐
롯데마트 판매여부 곧 발표

“이거 먹어도 되는거에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이마트 매장. 지난 16일 오후 3시 45분께 이마트 직원들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10구, 15구 계란이 가득 담긴 박스 10상자가 카트 위에 실려 들어왔다. 두툼한 장갑을 낀 직원은 판매대 맨 아래부터 계란을 차곡차곡 진열했다. 텅 비어있던 가로 360㎝, 세로 170㎝의 판매대가 금세 계란으로 가득찼다.

지나가던 손님들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손님들은 의구심과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판매대의 여백이 계란으로 채워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계란 판매하는 거에요?”, “이 계란 어디 농장 겁니까?”, “이거 괜찮은 거에요?”

판매대 주변을 서성거리던 손님들이 잇따라 질문을 쏟아내자 이마트 직원은 “정부에서 괜찮다고 한 계란만 다시 판매하는 겁니다”라며 손님들은 안심시켰다.

그래도 못마땅한지, 손님들은 계란 상자 윗면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진 표시 성분을 읽어보고 아랫면까지 꼼꼼히 확인했다.

이날 제일 먼저 계란을 집어든 서울 용산구 주민 최모(59ㆍ여) 씨는 한참을 망설였다.

“우리 딸이 임신해서 요리해주고 싶은데…. 나 같은 노인네는 몰라도 임신부가 계란을 먹어도 되는건지….”

최 씨는 말꼬리를 흐리며 초록색 장바구니에 계란을 넣었다 빼길 몇차례 반복했다. “08 찍힌 것만 아니면 된다는데…그래도 걱정은 되고”라며 웅얼거리던 최 씨는 결심한 듯 계란을 다시 판매대에 올려놓고는 정육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김모(61ㆍ여) 씨는 “지난주 일요일에 친환경 표시를 믿고 1000원~2000원이나 더 내고 무항생제 계란을 샀는데 배신감이 든다”며 “당분간은 계란을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계란을 구입한 첫 손님은 서울 용산구에 사는 다부치 미키(45ㆍ여) 씨다. 그는 “내일 딸 도시락으로 계란말이를 싸주고 싶은데 걱정된다”며 한참을 판매대 앞에서 망설였다. 미키 씨는 함께 온 딸 다부치 레이(9) 양에게 “정말로 계란이 먹고싶냐”고 물어본 뒤 레이 양이 고개를 끄떡이자 계란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이날 판매가 재개된 후 30여분 동안 계란을 구입한 손님은 단 3명 뿐이었다.

해당 이마트 관계자는 “15일 들어왔던 물량을 빼놓았다가 검사가 끝나고 안전성이 검증된 계란만 다시 진열하고 있다”며 “하루에 보통 계란 1만5000개에서 2만개가 들어오고 당일 다 나가는데 오늘은 왠지 남을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정부가 ‘살충제 계란’ 조사를 일부 발표하면서 지난 16일 이마트와 GS25, CU, GS슈퍼마켓, 티몬 등 유통업체들은 문제없는 제품 판매를 재개했다. 이마트는 “협력회사의 약 80%가 살충제 성분 검사결과 적합판정을 받았다”고 했고, 오후 3시께부터 일부 계란을 다시 판매하는 쪽으로 바꿨다.

롯데마트는 내부 논의를 거쳐 정부의 방침대로 판매재개 여부를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판매 제품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홈플러스는 정부의 조사결과에 따라 관련 제품을 전량폐기키로 했다.

유통업계는 17일 마무리될 예정인 정부의 산란계 농장 전수검사 2차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중 전체 산란계 농장 1239곳(휴업 등 217곳 제외) 가운데 약 80% 이상인 1000여곳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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