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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충제 계란 쇼크 ⑦] 살충제 성분, 보름 넘게 알속에 잔류…익혀도 남아있어
- 올 4월 소비자연맹 주최 토론회 자료
- 닭에게 직접 살충제에 살포했을 경우
- 해당 성분, 알 속에는 보름 넘게 잔류
- “어린이에게 위험할 수 있다” 의견도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최근 유럽, 홍콩에 이어 우리나라 계란에서도 검출된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2주 이상 알 속에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8일인 껍데기의 살충제 성분 잔류 기간보다 긴 것이다. 살충제 성분은 프라이를 하거나 삶는 등 열을 가해 익혀도 없어지지 않아 주의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17일 한국소비자연맹(이하 연맹) 등에 따르면 소비자 단체인 연맹이 지난 4월 주최한 ‘유통 달걀의 농약 관리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박용호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유통 계란의 농약 검출 실태 및 대책 방안’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12월 닭의 몸과 닭장에 직접 피프로닐과 비펜트렌을 살포하고, 해당 닭이 낳은 계란ㆍ계분(鷄糞)과 계육의 잔류 살충제 성분을 분석한 결과 세 가지 모두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됐다. 그러나 닭은 죽지 않고 알을 잘 낳고 있었다. 

‘살충제 계란’인지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가 지난 15일 오후 유통 중인 식용란을 수거해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계란 껍데기의 경우 살충제를 살포한 다음날부터 성분이 검출됐다. 그러나 살포 8일 이후에는 성분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알의 경우 살포 5일부터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기 시작, 살포한 지 보름이 지난 이후에도 계속 검출됐다.

결국 한 번 살충제를 맞은 닭은 최소 15일가량 살충제 계란을 낳을 수 있다는 방증이다. 또 냉장 유통되는 계란의 유통기한은 약 한 달이므로, 닭이 낳은 지 45일이 지난 살충제 계란이 식탁에 올라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닭에게 직접 살충제를 살포하거나 사료에 섞어 먹인 경우 계란ㆍ계분ㆍ계육, 모두에서 살충제가 잔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외국의 문헌에서도 유통 계란에서 잔류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렇게 살충제 성분이 들어간 계란은 조류 인플루엔자(AI)보다 더 위험하다. AI 바이러스는 계란 껍데기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또 익히면 죽기 때문에안전하다. 그러나 피프로닐은 계란 프라이로 요리하거나 삶아도 없어지지 않는다. 와플이나 과자 등 달걀로 만든 식품도 위험할 수 있다.

때문에 피프로닐은 국내에서 닭에 대한 사용이 금지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제식품규격(CODEX Alimentarius)에 따라 정한 피프로닐 잔류 기준은 계란 0.02ppm(㎎/㎏), 닭고기 0.01ppm이다. 이번에 경기 남양주 마리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서 검출된 피프로닐 잔류량은 기준의 1.8배가량인 0.0363ppm이었다. 계란 한 개를 60g으로 가정하면 마리농장 계란 하나에는 0.002178ppm의 피프로닐이 들어있는 것이다.

단기간에 급성 독성이 생길 수 있는 피프로닐 섭취량은 몸무게 60㎏ 성인 기준 0.54ppm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계란 약 250개를 한꺼번에 먹어야 피프로닐로 위험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피프로닐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마리농장 계란의 경우 먹어도 피프로닐 잔류량이 0.0002178ppm으로 피프로닐 1회 섭취 허용량(0.0002ppm)을 초과하게 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영유아가 일반적인 살충제 독성에 더 민감하지만, 피프로닐 성분에 더 민감하다는 데이터는 아직 없다고 밝히고 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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