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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윤종신의 ‘좋니’, 이런 뒤끝 공감간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역주행의 신화를 구가하고 있는 윤종신의 ‘좋니’는 일단 가사가 100% 공감이다. 판에 박힌 내용이 아니라, 허를 찔렸다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솔직한 심리를 세세하게 읽었다.

발라드가 남녀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면 여러 단계가 있다. ‘썸’ 타는 단계부터 사랑하는 단계(매일 만난다), 권태기, 이별, 이별이 지난 후 등 각각에 관련된 노래들이 있는데, 윤종신은 사랑이 완전히 안이뤄지거나 이별후의 솔직하고 찌질하기까지 한 심리 상태 묘사가 탁월하다.



‘혹시 완벽한 그대의 유일한 흠이 내가 될까 그래요. 그대여‘의 ‘Miss. perfect’와 ‘떠나간 너의 행복 빌어줄 그런 드라마 같은 그런 속 깊은 사랑 내겐 없으니/(중략)우리의 사랑 메말라 갈라질 때까지 다 쓰고 가’의 ‘말꼬리’에서 보여주는 윤종신의 심리는 공감이 간다.

이별을 이야기 하는 발라드는 애이불비(哀而不悲), 슬프지만 비탄에 빠지지 않는 정서를 즐겨 노래한다. 가시는 님에게 진달래꽃을 깔아드리고, 죽어도 눈물 아니 흘리겠다는 김소월의 ‘진달래꽃‘부터 신승훈의 발라드는 이별을 승화시킨다.

윤종신은 이보다 좀 더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인간적이다. 안그런 척 하지 못한다. 편하게 보내주기 어려운 찌질함과 뒤끝도 드러난다. 그 찌질함과 뒤끝도 사랑했으므로 생긴 감정일 뿐, 요즘 심각하게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데이트 폭력과는 아예 거리가 멀다.

‘좋니’ 가사는 헤어진 여성에 대해 느끼는 힘든 심정을 전하는 편지 같다. 제목부터가 약간 뒤끝이다.

‘좋으니 그 사람 솔직히 견디기 버거워/니가 조금 더 힘들면 좋겠어/진짜 조금 내 십 분의 일 만이라도/아프다 행복해줘’

‘좋아 정말 좋으니/딱 잊기 좋은 추억 정도니/난 딱 알맞게 사랑하지 못한/뒤끝 있는 너의 예전 남자친구일 뿐/스쳤던 그저 그런 사랑‘

윤종신은 기자에게 음악에 대해 말하면서 트렌드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은 시대를 초월하는 발라드를 쓰겠다는 뜻으로도 이해된다. ‘좋니‘는 트렌드가 없는 것 같다. 1990년대, 2000년대 초기 윤종신 발라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요즘 감성의 MSG가 전무하다.

헤어진 자, 실연자, 연애의 패배자가 겪는 아픔을 미화, 극대화하지 않는다. 찬란한 슬픔으로 승화시키지도 않는다. 사랑했던 여성과 헤어지는 일, 그런데다 아직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았다면 좋은 소리만 나올 리 없다. 그 상황의 언어를 제시하되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는 감성이 대중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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