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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 도자기를굽는 도공쇠·콘크리트를 켜는 목수
백악미술관 23일까지 ‘김시영·이정섭 2인전’

도공(陶工)은 흑자(黑瓷)를 굽는다. 목수는 쇠와 콘크리트를 켠다.

고려시대 이후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던 흑자는 한 도공의 손에서 다시 살아났다. 전형적 도자의 형태로 흑자를 부활시킨 그는 이번엔 흙과 유약 자체의 빛과 질감이 응축된 ‘파형적’ 작품을 선보인다. 형태와 기능에서 자유로워진 도자는 조형적 아름다움을 마음껏 자랑한다.

나무를 다루는 목수는 소재를 쇠와 콘크리트까지 확장했다. “쇠와 콘크리트는 목재보다 에너지가 치밀해, 다룰 때 저항도 심하다”지만 그만큼 물질 자체의 본성에 천착하기 좋다. 꽉 짜인 비례를 특징으로 했던 이전 작업과 달리 나무와 쇠 덩어리를 무심히 던져놓은 듯한 가구들이 탄생했다. 

흑자를 굽는 도공 김시영과 쇠를 켜는 목수 이정섭이 만났다. 나무, 흙, 쇠 등 날 것의 재료는 작가의 고귀한 노동을 만나 작품으로 탄생한다. [제공=백악미술관]

도공 김시영(60)과 목수 이정섭(46)의 2인전이 열린다. 서울 인사동의 서예ㆍ문인화 전문 미술관인 백악미술관에서다. 작가 둘 모두 강원도 홍천에 작업실이 있지만, 왕래를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인전도 이번이 처음이다. 미술관도 서예작품이 한 점도 없는 전시를 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프롬 로우 머티리얼 투 아트 워크(From Raw Material To Art Work)’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 전시는 한 곡의 현대음악 같다. 익숙치 않은 화음은 관객의 주위를 환기시키고, 오히려 작품에 집중하게 만든다. 전시를 기획한 정영목 서울대미술관 관장은 “이번전시는 흙, 나무, 쇠 등 물질 자체의 본성에 천착했다”며 “생활 기기인 도자와 가구가 ‘실용’이라는 한계를 넘어서고 조형적으로 윤택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뜨거운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이지러진 검은 달 항아리와 나무ㆍ쇠 등 원재료의 물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묵직한 가구의 만남은 굉장한 묘미로 다가온다. 날 것의 재료와 온 몸으로 씨름했을 그들의 ‘노동’ 흔적이 고스란해서 더욱 그렇다. 8월 23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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