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리더스 카페]200자 다이제스트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마스카와 도시히데 지음, 김범수 옮김, 동아시아)=마스카와 도시히데는 쿼크 대칭성 연구로 200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과학자다. 그는 노벨상 수상 기념강연에서 자신이 겪은 전쟁이야기를 하려 했다. 그런데 그만 강연원고가 유출되는 바람에 전쟁이야기를 하면 안된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과학기술이 전쟁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되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베 정부가 자위대로 하여금 교전국에서 무력 행사를 가능토록 한 헌법 9조 개헌을 거부하는 ‘9조 과학자 모임’을 만든 주인공. 그는 이 책에서 제1,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과 같은 전쟁에서 과학자들이 어떻게 동원됐는지 과학자들의 이름과 과학기술을 속속들이 밝힌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민간인 학살에 이용된 독가스 기술을 개발한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끝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끈 맨해튼 프로젝트에는 3000여명의 과학자가 동원돼 원자폭탄을 개발했다. 베트남 전쟁에도 과학자가 동원됐다. 미국이 조직한 비밀 과학자 조직 제이슨은 어떻게 하면 베트남 사람들을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죽일 수 있는지 전쟁기술을 군부에 제공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그는 인류의 미래를 낙관한다. 200년 정도 지나면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란 주장이다. 평화를 좇는 발걸음이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란 믿음때문이다.

▶이기심의 미덕(아인 랜드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객관주의 철학자 아인 랜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자수성가한 기업가들에게 우상으로 떠받들어진다. 스냅챗의 공동 창업자 에반 스피겔, 인스타그램의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반영, 아인랜드는 2016년 미국 잡지 ‘배너티 페어’에서 미국 기술산업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를 받았다. 아인 랜드가 세상을 떠난지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사랑받는 비결은 그가 개인의 권리, 개인의 능력 발휘를 최고의 미덕으로 꼽은 데 있다. 객관주의에서 개인의 권리의 원천은 바로 인간의 본성으로, 인간은 자신의 생명을 지탱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이익에 관심을 두는 건 당연하다. 지금까지 인류는 집단의 권리를 우선시하고 이타주의를 미덕으로 삼아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면은 참담하다. 남을 위한 희생 위에 세워진 공동체는 서로를 타인의 희생으로 부당하게 이익을 챙기는 존재로 여기게 만든다. 호의적 공존이나 정의 같은 개념이 흐려진 것이다. 저자는 이같은 도덕적 혼돈을 벗어나는 길은 ‘이기심’의 원래 의미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덕적 존재가 될 인간의 권리를 강력히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권리 중 행동할 권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가치는 사람의 행동을 통해서 얻어지고 지켜져야 한다는 것. 조직화된 하나의 정체 제도로서의 사회는 그 문제에 왈가왈부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한다. 이 대목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작동하게 된다.

▶더 나쁜 쪽으로(김사과 지음, 문학동네)=과감한 형식실험을 통해 사회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김사과의 두번째 소설집. 2010년 첫 소설집 ‘02’를 통해 세상을 향한 분노를 거친 언어로 그려낸 그의 7년 후 오늘의 목소리는 좀 냉정해졌다. 세계를 냉철하게 진단하는 그의 전망은 더 나빠질 것이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소설집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첫 소설이자 표제작인 ‘더 나쁜 쪽으로’는 긍정의 증후가 엿보인다.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몽환적인 서사 속에서 소설가 ‘나‘는 자본주의에 잠식된 도시를 향한 환멸을 내면으로 침잠시키면서 세계의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걸을 수 있는지 자문한다. 단편 ‘샌프란시스코’는 현대 예술이 반성적으로 사유하는 주제들을 소설 속으로 끌어들여 고민함으로써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비, 증기, 그리고 속도’는 아무런 계획없이 뉴욕으로 건너간 주인공이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다 실업자가 된 ‘P’와 만나는 이야기.미래 없는 세대의 불안을 그려나간다. 그런가하면 ‘지도와 인간’은 김사과의 실험형식이 과감하게 들어난 소설. 작품의 상당부분이 영문으로 쓰였다. 엄마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와 대립해 가출한 ‘나’는 이미 완성돼 있는 지도 같은 세상 속을 고정된 좌표 없이 떠돌다가 결국 집으로 회귀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