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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손경환 LH토지주택연구원장]낙수효과의 실패…주거복지에 분수효과를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은 물컵에 물을 부으면 넘쳐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고소득층의 소득이 높아지면 투자로 이어지고 임금 등을 통해 저소득층까지 혜택으로 퍼지는 성장 방식을 낙수효과라고 한다.

반면,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경기가 활성화 되고 모든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하는 경제의 선순환을 분수효과라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은 ‘성장이 먼저’라는 인식에 따라 규모의 확대를 통한 낙수효과를 강조해 왔다.

대기업 및 소득상위계층의 부를 늘리고 사회 전체의 경제 파이를 키우면, 이것이 소비 및 투자확대로 이어져서 자연스럽게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의 소득도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없는 성장에서 보듯이 낙수효과에 기반한 정책은 좋은 일자리 창출과 성장의 선순환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켜 왔다.

외환위기 이후의 통계지표나 연구자료에 따르면 소득 최상위계층의 부가 늘어나도 소득 하위계층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등 낙수효과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사회 정책방향은 ‘낙수효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를 통한 양극화 해결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소득주도성장’이다. 부유층의 세금은 늘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직접지원을 늘려 소비증가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다는 분수효과가 근거가 되고 있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로 세입기반을 확충하고, 재정투자로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층을 지원해서 소득재분배를 강화하는 ‘복지우선’의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주거복지정책에서도 그동안 양질의 주택공급을 확대하면 장기적으로 주거이동을 통하여 저소득층의 주거수준 향상에 기여한다는 주택필터링(Housing Filtering) 이론에 근거하여 주택공급의 확대를 촉진해 왔다. 공급규모를 키움으로써 긍정적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상승과 소득 양극화 진행으로 계층간에 주거비 부담능력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주택시장의 원활한 수급조절 기능이 약해지고 주거상향 이동을 위한 주택필터링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시장은 민간부문에서 공급되는 중ㆍ고소득층을 위한 분양주택시장과 공공부문에서 공급되는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시장이 양극화 되어, 저소득층의 주거상향이동은 거의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주거복지에서도 공급규모의 확대보다 저소득층의 실질적 주거비 부담 감소 및 가처분 소득 증가를 통한 분수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방향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동안의 지속적인 정책추진에도 불구하고 무주택 임차가구의 상당수는 충분한 주거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력으로는 주거의 상향이동을 이룰 능력이 취약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구특성에 맞는 다양한 주거지원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정부는 매년 17만호의 공적임대주택 공급, 주거급여의 지속 확대 등 투자확대를 발표했다.

또한 앞으로의 주거복지는 단순히 주거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및 자활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고용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산을 축적, 주거상향이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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