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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댓글부대 실체 확인…본업 의심스러운 국정원
국가정보원이 약 3500명의 민간인으로 구성된 30개의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밝혔다. 국내 정치 개입이 엄연히 금지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민심과 여론을 조작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2012년 사이의 일로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이 재임하고 있었다.

이른바 댓글팀인 이들은 주요 포털 사이트와 트위트에 친정부 성향의 글을 올리고, 국정 지지여론을 형성하는 게 주된 일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정부 비판 글에 대해선 ‘종북 세력의 국정 방해 책동’으로 몰아붙이는 역할도 했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과 국익을 수호해야 할 국정원이 정권 유지의 앞잡이 노릇이나 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일에 국민 혈세가 연간 수십억원씩 들어갔다니 분노와 충격을 넘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더 기가 막히는 건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이런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국정원이 당시 야권 유력 인사들을 사찰했다는 얼마전 일부 언론의 보도도 팩트였다는 걸 TF가 밝혀냈다고 한다. 또 복구된 원 전 원장의 부서장 회의 녹취록에는 보수단체 결성 지원과 관리, 지방 선거 후보자 검증, 언론 보도 통제 방안, 전교조 압박과 소속 교사 처벌 등 불법 지시 내용들이 수두룩했다. 2011년에는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외부 기관에 여론조사를 의뢰해 청와대에 그 결과를 보고하고, 선거 대책에 활용한 적도 있었다. 국정원의 본업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런 일은 정권 차원, 즉 대통령과 청와대가 관여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히고 책임질 게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측근을 통해 “지금 국정원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더욱이 일부 문건들은 작성자와 배포선 등을 조사한 결과 청와대에 보고됐다고 TF가 확인까지 하고 있지않은가.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국내 정치 개입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행위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관련자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원 전 원장에 대한 ‘국정원 댓글 사건’은 무죄 취지의 파기 환송심이 서울고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법원에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이번에 확인된 내용 가운데 녹취록은 이미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했다. 검찰도 추가 기소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지경이 됐는데도 국정원 개혁이 불발된다면 차라리 없애는 편이 낫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국정원 스스로 잘 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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