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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물 속에서 향을 피웠나? 청자향로의 비밀
해양문화재硏, ‘바다에서 건져낸…’展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숭불정책의 고려는 향(香)을 중시했다. 각종 의례에 쓰일 뿐 만 아니라, 고려 후기에는 사대부들이 학업 도중 마음의 안정을 찾는 수단으로도 사용됐다.

기이하게도 우리나라 청자향로가 발견된 대표적인 곳은 바닷속이다. 훨씬 많은 청자향로가 육지에 있었을 텐데, 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바닷물 속에서 불을 피웠을 리는 만무하다. 출수된 곳은 충남 보령 원산도, 태안 대섬, 전남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이다.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 청자동물장식향

바다에서 나온 향로는 한국과 중국이 주도하던 동아시아 청동기 시대의 ‘정(鼎)’을 모방한 정형향로(鼎形香爐)와 뚜껑에 사자, 기린, 원앙, 오리, 용 등을 장식한 동물장식향로로 나뉜다.

주지하다시피 요동의 서쪽 요하 일대 홍산문명 지역에서는 한민족 고유의 빗살무늬토기가 발견돼 고대 우리 민족이 대륙의 동쪽을 장악했음을 말해준다. 정형향로를 중국 전통을 이은 것으로 보는 견해에 이의를 다는 사학자가 많은 이유이다. 균형적인 양식과 세밀한 조각 등 우리 전통을 우리가 잇고, 그 땅만 현재 중국이 차지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당시 최고급 청자 생산지였던 강진이나 부안에서 제작되어 고려 수도인 개경으로 향하던 선박들에 실렸다가 서해 바다에 잠긴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재청측은 “정(鼎)은 중국 고대 제례 용기로 3~4개 다리와 2개의 귀가 달린 형태로, 권력의 최고 상징으로 여겼다”고 설명한다.

▶태안 대섬 청자사자향로

태안 대섬에서 발견된 청자사자향로는 신체의 비례와 조형이 세련되지 않지만, 표정이 다소 익살스럽고 친근한 모습을 띠고 있다. 발아래 공 모양의 물건 두 개를 짚고 있어 기존의 사자향로와는 다른 특이한 조형성을 보여준다.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 청자물가풍경무늬향로

진도 명량대첩로에서 발견한 기린과 오리, 원앙 모양 뚜껑을 가진 동물모양향로들은 다른 향로의 뚜껑에서는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형태미를 보여준다.

특히, 오리, 원앙 장식의 뚜껑 안쪽에는 연기를 배출하는 구멍이 꽃 모양으로 나 있어 고려인들이 미세한 부분까지도 화려한 섬세한 아름다움을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 아름답고 선진적인 디자인을 모두 중국 전통이라 여기는 사관과 시각은 매우 위험하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8월 1일부터 9월 17일까지 해양유물전시관(전남 목포시) 중앙홀에서 테마전 ‘바다에서 건져낸 향기, 청자향로’를 연다.(오전 9시~오후 6시, 월요휴관)

수중문화재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고려 시대 청자향로를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고려의 왕실과 귀족들이 사용한 고급 기종인 청자향로를 통해 고려 시대 상류층이 누렸던 향 문화를 보여준다. 무료 관람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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