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묵화로 탄생한 이연걸, 장만옥, 장쯔이…무협의 세계로 초대
송은아트스페이스, 손동현 개인전
15회 송은미술상 대상 수상자 기념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전시장에 들어서자 무림 고수들의 초상이 반긴다. 어딘가 낯익은 얼굴, 자신의 무공을 강조하는 포즈는 관객을 순식간에 무협지의 한 페이지로 초청한다. 대중문화를 소재로 동아시아 회화를 풀어내는 실험적 작업을 지속하는 작가 손동현의 작품이다.

송은아트스페이스는 제 15회 송은미술상 대상 수상작가인 손동현 작가의 개인전 ‘재스민 드래곤 피닉스 펄’전을 7월 28일부터 개최한다. 송은아트스페이스 전관을 활용하는 전시는 최근 2~3년간 작업한 신작 28점으로 채워졌다. 동아시아 회화에서 다뤘던 중요한 주제나 화법, 회화의 요소나 재료 물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가상의 협객을 창조했다. 

High Tide, 지본수묵, 194×130cm, 2016-2017.[사진제공=송은아트스페이스]
Blackest Night, 지본수묵, 194×130cm, 2017 [사진제공=송은아트스페이스]

예를들면, 산수화를 그릴때 사용하는 준법으로 인물화를 그리고, 인물의 성격을 짐작하게 하는 식이다. 풍화작용으로 침식된 산세를 표현하는 운두준(雲頭皴)과 암벽이나 토산의 표면을 그리는 귀면준(鬼面皴)으로 귀신얼굴로 안개를 부리는 무공을 지닌 협객(Gost Face Cloud)을, 구불거리는 실같은 선이 엮여있는 피마준(披麻皴), 산봉우리를 그리는 하엽준(荷葉皴)으로 나무줄기 등을 마음대로 다루는 여협객(High Fiber)를, 밤 산새와 안개를 그리는 준법으로 어둠속에 사라져버리는 무인(Blackest Night)을 그려냈다.

뿐만아니라 문자를 인물화로 가져오기도 한다. 작가는 “글과 그림을 붓이라는 같은 도구로 활용하는 동아시아 회화에서는 이 둘을 따로 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글자와 그림은 기원이 같고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전시전경 (좌측부터)Ghost Face Cloud, High Fiber, Axe Cut [사진제공=송은아트스페이스]
전시전경 (좌측부터) The Origin, Lady Composition, One Storoke, Ideo G. [사진제공=송은아트스페이스]

동양화 혹은 한국화라는 표현대신 ‘동아시아 회화’라고 명명한데는 한국화보다 더 넓은 외연을 포괄 하고픈 의도가 있다. 작가는“동아시아 회화는 ‘서양화’의 반대개념인 ‘동양화’로 묶이기도 어렵고, 또한 제 작품은 한국화 뿐만아니라 중국의 준법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국화의 대가 리커란(1907~1989)과 그의 스승 치바이스(1860~1957)가 주로 그리던 소재를 활용한 작품(Wild Shrimp, Black Mountain)이 그 예다.

“동아시아 회화라는 시스템을 해부하고 가지고 놀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 처럼 전시는 무척이나 유쾌하고 흥미롭다. 특히나 회화적 지식이 있는 관객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을 듯하다. 또는 중국영화 팬들도 마찬가지다. 협객의 얼굴은 유명 중국배우들에서 따왔다. 전시장을 돌다보면 장만옥, 이연걸, 장쯔이 등을 마주칠 수 있다.

/vi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