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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열린 경호가 반가운 이유
청와대 경호실이 요즘처럼 일할 맛 나는 때도 없을게다. 새 수장에 입사이후 보안과장, 경호부장을 두루거친 주영훈 실장이 컴백했으니 내부 승진과 마찬가지다. 주 실장 역시 안살림을 맡아 관리할 인물로 이상붕 차장을 내부에서 골라 승진시켰다. 경호실 사람들에겐 겹경사다.

권위주의적 군사정권의 산물이니 떼어내 경찰조직으로 보낸다는 얘기도 쑥 들어갔다. 게다가 열린 경호로 국민의 사랑을 듬뿍받고 있다. 최순실을 보안손님으로 프리패스시켰다고 온통 비난속에 파묻혔다가 몇달만에 그야말로 지옥에서 천당으로 오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주영훈 경호실장에게 “경호 좀 약하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본인이야 좋겠지만경호실로선 죽을 맛이다. 하지만 주 실장을 중심으로 해냈다. 바로 ‘열린 경호’다. 요즘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장이나 광장주변에선 출입에 느끼는 불편이 크게 줄었다. 심지어 경찰들이 “소지품 검사만 받으면 들어갈 수 있다”고 안내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진다.

이 정도의 열린 경호가 가능한 것은 우리의 경호시스템이 그만한 역량을 갖췄다는 의미다. 사실 ‘한국식 경호’는 거의 국제 표준이다. 지난 2014년 여름 방한한 프란체스코 교황은 우리의 경호 역량에 감탄했다. 그 이후 교황청 경호관계자들은 방문국과 사전 경호 협의를 할 때면 “잘 모르겠으면 대한민국 대통령경호 시스템을 확인해 적용하라”고 말한다. UAE, 러시아,몽골 등 한국에서 경호를 배워간 인력도 500명을 넘는다.

거기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최악의 테러집단 북한과 대치한 VIP 최고 위험 국가다. 대통령 경호가 국가안보에 직결된다. 북한은 무장공비를 청와대까지 침투(68년 김신조)시키고 행사장에서 대통령과 영부인 피습(74년 문세광)을 서슴치 않는 곳이다. 대통령 공식 수행원 17명이 사망한 83년 버마암살폭파사건까지 경험했다. 열린 경호는 그런 아픔의 산물이다.

열린 경호는 약한 경호가 아니다. 철저한 사전 검증과 현장 대응전략을 갖추고 움직여야 한다. 그만큼 선진화된 경호다. 한 점의 바람소리도 놓쳐서는 안되는 경호다. 더 힘들고 더 어렵다. 기존의 경호는 대통령 주변 모두를 잠재적 위해자로 봤다. 하지만 열린 경호에서는 이들을 선한 국민으로 본다. 이들중 위해자를 찾아내 막는게 경호다. 친절한 경호가 되는 이유다. 하물며 대통령이 허락한 보안손님을 막을 수는 없다. 보안손님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건 존재했다. 최순실과 같지 않았을 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마지막 경호실장 박흥렬은 보안손님 최순실을 무시로 청와대에 드나들게했다고 비난받는다. 하지만 그가 비난받아야 할 일은 보안손님을 막지 못한게 아니라 군 인사에 개입했다는 소문이다.

열린 경호가 반가운 건 관광객들과 사진찍는 대통령을 볼 수 있기때문만은 아니다. 어려운만큼 경호실(장)이 경호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호실장은 직무가 가장 확실한 참모다. 그것에만 충실하면 된다. 아니 그래야 한다. 보안손님이 횡포를 저지를때 말리는 일은 다른 참모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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