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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금강산 트레킹
난고 김병연(1807∼1863)은 트레킹족이다.

‘송송백백암암회(松松栢栢岩岩廻: 소나무 잣나무 바위 사이로 돌아드니), 수수산산처처기(水水山山處處奇: 물과 산 곳곳이 기이하다), 아향청산거(我向靑山去: 나는 청산으로 들어가는데), 녹수이하래(綠水爾何來: 푸른 물아, 너는 왜 나오느냐)’

금강산 관광이 한창이던 시절, 가이드는 ‘삿갓’ 김병연의 이 시(詩)부터 읊었다.


트레킹은 산과 계곡에 내 몸을 맡기는 사색의 여행이다. 절경 앞에서 벌이는 시작(詩作) 놀음은 힐링의 극치이다.

그림으로 금강산을 품은 겸재 정선 역시 요즘으로 치면 이젤(Easel) 짊어지고 산하를 다니는 트레커이다. 그의 금강산 다작 중 만폭동이 걸작이다. 비로봉 일대 청정 계곡물이 기암괴석의 호위 속에 흐르다, 폭포로 떨어지기도 하다가, 하나로 모이는 곳이다. 낙차 큰 곳은 물안개로 흰 눈에 휩싸인 듯 하고, 경사 완만한 개울엔 청록빛 옥수가 흉금을 씻는다.

겸재의 그림은 너럭바위와 계곡을 가운데 두고 원근법으로 앞뒤 봉우리들을 배치했다. 정선은 ‘힐링 메카’ 다운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하려고 숱하게 오르며 정성을 쏟았다.

바캉스철에 문득 금강산이 떠오른 것은 지금으로부터 꼭 9년전 7월부터 그곳 여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북측의 상식 밖 조치로, 한국관광공사 재산 등이 묶여있다.

속수무책 상황에서도, 금강산 한 자락을 가진 양구군이 북쪽 트레킹로를 더 만들어보려고 애쓰는 것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금강산 사랑때문이다. 두타연 등은 이미 열렸고, 가을엔 남쪽 금강산 트레킹길을 완성한다고 한다.

남북관계를 거창한 독트린으로 풀기보다는, ‘안전한 금강산 힐링’ 얘기 하나로만 시작해도 할 말이 넘치겠다. 분위기도 다른 소재보다는 좋을 것이다. 금강산을 방치한다는 것은 한민족 모두에게 손해라는 점 부인 못한다.

함영훈 선임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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