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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업’ 대신 ‘집중교섭’ 선택한 현대차 노조…올해엔 달라질까?
-‘교섭 결렬 선언’ 이후 투쟁 없이 21차 교섭 재개
-파업보다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 두드러져
-경영 위기ㆍ친노동 정부ㆍ9월 집행부 선거 등 영향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지난해 이맘때 현대자동차 노조는 파업 찬반 투표 이후 일주일만에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올해 현대차 노조가 파업 찬반 투표 이후 선택한 것은 파업이 아닌 ‘집중 교섭’이다. 현대차 노조가 교섭 결렬 선언 이후 파업 등 실력행사 없이 교섭을 재개하며 대화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현대자동차의 윤갑한 사장은 지난 20일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실시된 21차 교섭에서 “교섭 결렬 이후 투쟁을 예상했지만, 다시 대화를 시도한 것에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며, 노조 측에서 파업이 아닌 대화에 나선 것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이어 “물리적으로 힘들겠지만, 교섭을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대한 고민 하겠다”고 덧붙였다.

20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윤갑한 사장(왼쪽)과 박유기 노조위원장이 임단협 교섭에 참석하기 위해 본관 아반떼룸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자리에서 박유기 현대차 노조 지부장도 회사 측의 임단협 일괄안 제시를 요구하면서 “교섭 결렬 선언 이후 투쟁 없이 교섭을 재개한 기억이 없다”면서, “그 만큼 안과 밖의 상화을 많이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올해 임단협에 임하는 현대차 노조의 태도가 투쟁 일변도였던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더욱 기울이고 있다. 올해 현대차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하기까지 20차례에 이르는 협상을 진행한 점도 그렇다. 지난해에는 14차례 임금 협상 이후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곧바로 파업 절차에 들어갔다.

이처럼 올해 현대차 노조의 달라진 모습은 회사 안팎의 여러 여건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먼저 경영 측면에서의 판매 부진이 주요 원인다. 중국 자동차 판매가 전년보다 40%나 줄어드는 등 분배보다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런 우려로 지난해말부터 현대차그룹 임원들은 급여의 10%를 자진 삭감했고, 간부 사원 역시 임금을 동결했다. 현대차 노조가 충분한 대화 노력 없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비난 여론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오는 9월 집행부 선거가 예정된 현대차 노조 내부 일정도 파업을 통한 장기전보다는 대화를 통한 빠른 합의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 아닌 ‘집중 교섭’을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일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서 친노동 정책이 펼쳐지는 상황도 대화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 차원의 노동 친화적인 정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산업 현장에서파업 등이 문제될 경우 친노동 정책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파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금속노조를 대표하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친노동 성향인 문재인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여름 휴가 이후 일부 파업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27일 22차 단체교섭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하계 휴가가 끝나는 8월 6일까지 집중교섭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5개월 동안 24차례에 이르는 파업을 거치는 등 최악의 노사관계를 보인 현대차 노조가 올해 노조 창립 30주년을 맞아 보다 성숙된 모습으로 임단협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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