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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이민화 KCERN 이사장·KAIST 교수]‘질 좋은 창업정책’으로 전환하라
일자리의 원천이 창업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양한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특히 MIT의 Guzman 교수는 2016년 논문에서 창업과 일자리는 관계가 없음을 다양한 통계로 입증했다. 그에 따르면 “일자리는 ‘질좋은 창업(startup)’의 성장(scale-up)에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질 좋은 창업이란 무엇인가. 이는 차별화된 창업이고, 차별화된 창업은 사업모델(BM)과 지식재산권(IP)을 갖춘 창업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창업정책을 되짚어 보자.

한국의 창업은 100만 내외의 소상공인 창업과 연간 2500개 수준의 벤처 창업으로 구성된다. 소상공인 창업은 글로벌 기준에서 많아도 너무 많고, 벤처 창업은 2000년 세계 최고 수준에서 빙하기를 거쳐 이제 부활 중에 있으나 글로벌 하위권이다.

즉, 양적 창업은 너무 많고 질적 창업은 너무 적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차별화되지 않는 소상공인 창업은 줄이고, 차별화되는 벤처 창업은 늘리는 게 창업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이다.

우선 소상공인 문제를 분석해 보자. 한국의 수출산업에 비해 양극화된 내수산업 문제는 소상공인 분야의 취약성에 있다. 낮은 부가가치의 과도한 경쟁 속에서 3년 생존율 50%에 불과한 거대한 산업섹터가 자영업 분야다.

물론 차별화된 소상공인 사업도 다수 존재한다. 그런데 700만이 넘는 자영업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인해 모든 선거마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은 빠지지 않는 지원 메뉴가 된다. 간판을 바꿔주고 주차장을 만드는 등 각종 지원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청년창업 지원 소상공인제도도 마찬가지다. 전통시장의 청년가게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있다. 소상공인정책의 한계는 상권이 형성되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는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해서 결국 부동산 사업자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연간 1조원이 넘는 소상공인 지원자금의 결과는 결국 반복되는 국부의 낭비다. 연간 100만의 자영업 창업의 결과는 국가 전체로 10조원 수준의 국부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이 2014년 KCERN(창조경제연구회)의 연구결과다. 미국에 비해 3배가 넘는 과도한 자영업의 숫자를 이제는 정예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소상공인정책은 진입은 어렵게, 퇴출은 쉽게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진입을 어렵게 하는 방안은 선진국과 같은 교육의 강화가 최우선 대안이다. 퇴출의 길은 4차 산업혁명에 올라 타는 방안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고품질 벤처 투자에 부분 동참하는 방안 등이 있을 것이다.

지난 2000년 한국은 지금과 같은 2조원 수준의 막대한 창업지원자금 없이도 민간 주도로 세계 최고의 벤처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이스라엘과 중국이 부러워하면서 배워 간 한국의 벤처 생태계를 우리 정부가 ‘벤처 건전화 정책’이라는 미명으로 파괴했다. 민간 주도의 코스닥을 거래소에 강제 합병, 회수시장을 죽인 결과가 연간 2조가 넘던 벤처투자의 위축이었다. 벤처인증을 기술개발에서 융자보증으로 전환한 결과는 고품질 벤처의 소멸로 이어졌다. 융자위주 생태계의 신용불량의 공포로 50%에 달하던 세계 최고의 기업가정신은 세계 최저 수준인 3%로 격감했으며, 청년들은 꿈은 창업에서 공무원으로 전환됐다.

정직한 기업가를 신용불량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자. 그러면 한국 청년의 가슴 속에 내재한 기업가정신은 다시 발현될 것이다. 소상공인의 정예화와 정직한 실패 기업인의 재기 보장으로 창업강국으로 가는 길이 다시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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