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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色 입은 ‘라 트라비아타’ ‘동백꽃 아가씨’로 태어났죠”
“저는 늘 신고식을 치르는 인생인데, 이번 (오페라)신고식은 너무 쎄네요 (하하)”

국립오페라단의 평창동계올림픽 기념 야외오페라 총연출을 맡은 디자이너 정구호가 준비과정이 녹록치 않다며 에둘러 표현했다. 최근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단장의 사임 영향도 적지않다. “김학민 단장의 결정에 대해선 존중하지만, 같이 준비하던 입장에선 아쉽죠. 그러나 스텝들이 워낙 열심히 하고 있어서 저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사진=이상섭 기자/bobtong@heraldcorp.com]

국립무용단의 ‘향연’, ‘묵향’ 연출 이후 스타 연출가로 떠오른 디자이너 정구호가 이번엔 오페라에 도전한다.

늘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으로 신선한 파격을 선보여 온 그가 오페라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공연계는 술렁거렸다. 향연과 묵향의 경우처럼,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정구호표 공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오페라에 과문하다는 평가가 동시에 떠오른 것. 하지만 정구호 연출은 “저는 공연예술 분야에서 최고의 반열에 오를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제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을 제 나름의 스타일로 콜라보레이션해서 보여드리는 것이고, 그에 대한 평가는 관객들의 몫이죠”라며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이번 야외오페라는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작품 중 하나인 ‘라 트라비아타’다. 고전중의 고전인 라 트라비아타는 정 연출의 지휘아래 한국적 색채를 입은 ‘동백꽃 아가씨’로 재탄생한다. 작품 배경은 한국 문화 최고 융성기인 조선 영정조시대다. 한국적 무대와 의상, 춤사위가 어우러져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된 한국 전통 문화예술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오페라를 무대에 올릴때 고증에 충실한 재공연으로도 선보일 수 있으나, 현시대에 맞도록 변형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한국적 라트라비아타를 만들어 이를 외국에 역수출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져봅니다.”

다만 균형을 잡는것이 문제다. 서양의 오페라에 한국적 색채를 입혔는데, 까딱하면 ‘서양 오페라에 한복만 입혔다’는 평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 “조선이라는 시대 배경을 접목하는 과정에서 얼만큼 한국적 이미지를 가져갈 것인가가 고민이죠. 너무 사극같아도 안되고 국제적 호소력이 있으면서도 한국적 미를 드러내야 하니까요. 한국적 모티브만 가져오고 굉장히 모던한 공연이 될 겁니다” 


야외 오페라라는 한계도 있다. 오페라하우스라는 특수 공간에서 소수의 관객만을 위한 오페라가 극장밖으로 나온건 ‘대중과 만나겠다’는 이유에서지만 그렇기에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생긴다. 오케스트라의 실황 연주와 가수의 육성으로 호소력을 극대화하는 오페라의 특성이 각종 마이크와 음향장비를 활용해야하는 탓에 음악적 성취가 아쉬울 수 있다.

정구호 감독에게 오페라란 패션에서 ‘오트 쿠튀르(고급 디자이너 맞춤복)’와도 같다. 음악적 깊이나 예술적 완성의 측면에서 그렇다. 야외오페라는 이 ‘오트 쿠튀르’를 대중화하는 작업이다. 그는 지난해 5월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로에서 열렸던 루이비통 크루즈 패션쇼를 예를 들며 대중화의 컨셉을 설명했다. “오페라 하면 있어야하는 오페라 하우스가 아닌 의외의 공간에서 만나는 ‘파인 아트’이고 싶습니다. 한 여름밤에 만나는 오페라를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실 수 있기를 바라죠”

‘창작’에너지가 넘치는 정 감독의 다음 스텝은 영화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영화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시나리오 작업도 하고 있다. 그런 그를 놓고 지인들은 “너는 커서 뭐가 될래?”라고 놀린단다. “부끄럽지만 제가 잘하는 건 아이디어를 내는거예요. 그리고 그걸 현실화 하는게 흥미롭고 재미있죠. 다른건 다 못 합니다. 사업이든 뭐든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짜여진 스케줄대로 미팅하고 아이디어내고 현실화하고 집에서 시나리오쓰고…그게 제 생활입니다. 워커홀릭처럼 보이지만 사실 저는 이게 가장 재미있어서, 쉬는거고 노는거고 일하는거죠. 구분이 없습니다”

정구호표 오페라엔 스타 성악가들이 총출동한다. 200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무대에서 사상 처음 한국인 남녀가 ‘라 트라비아타’주역으로 나서 화제를 모았던 소프라노 홍혜경과 테너 김우경이 10년만에 고국무대에 선다. 공연은 8월 26일~27일, 저녁 8시에 서울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무대에 오른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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