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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칼럼-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이번엔 심판과 금품거래라?
잠실야구장 중앙석은 광팬들의 집합소이다. 꽤 큰돈을 내고 시즌티켓을 사서 출근하는(?) 사람들이 대종을 이룬다. 야구에 대한 열정은 물론 지식 또한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경기장 밖의 온갖 얘기를 다 들을 수 있다. 야구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양념 구실을 하는 공간이다.

승부조작이나 특정 선수의 음주운전 등 일탈행위들이 미디어가 보도하기 전에 그곳에선 돌아다닌다. 설마 했던 일이 며칠 지나면 현실로 바뀌곤 했다. 선수들에 의한 승부조작 사건이 불거진 직후 심판들과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 금품거래가 있다는 얘기는 벌써 몇 년 전에 들었던 터이다. 잊혀질만한 시간이 지났는데 이번에 불거졌다.

문화관광부가 검찰에 고발을 했다니 조만간 실체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사건은 수사당국이 인지한 것이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조사를 토대로 문광부가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도 어느 스포츠 전문 채널 ‘탐사보도팀’이 이와 관련한 기사를 내보내자 재조사를 한 후 담당부서에 보고를 했고 이것이 본격적인 수사를 하게 된 단초가 된 것으로 보인다. 찻잔 속 태풍쯤으로 덮으려던 일이 이젠 일파만파로 번질 조짐이다.

‘탐사보도’로 묻힐 뻔 했던 일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탐사보도는 3가지 요소를 충족해야 한다. 첫째는 모든 사람들이 공분(公憤)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일 것, 두 번째는 비밀주의를 격파할 파괴력을 지녀야 하고 마지막으로 제도나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폭로일 것 등이다. 비록 조그만 매체이지만 오랜 동안 발로 뛰면서 의혹으로 남았던 야구계의 비리(?)를 찾아 낸 것은 나름대로 칭찬 받을만한 일이다. 환경감시의 의무를 수행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탈선한 심판과 사려 깊지 않은 구단 관계자가 벌인 개인적인 실수로 처리한 한국야구위원회의 판단을 믿고 싶다. 하지만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 배구, 농구 등 인기종목에서 그 동안 벌어졌던 비슷한 사건들을 관계 기관이 사후에 솜방망이 처벌로 어영부영 넘어 간 점을 생각하면 이번만큼은 철저하게 진상을 가리는 것이 옳다고 말하고 싶다. 어떤 대가를 치러도...

프로야구가 관중 수 1천만 동원을 눈앞에 둘 정도로 인기종목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은 정정당당하고 멋진 경기를 원하지 그들끼리 각본을 만들고 연출하는 사술(詐術)을 보기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또 청정지대로 남아 있어야 하는 스포츠 경기는 어떤 이유로든 오염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당위이다. 부정과 거짓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그건 스포츠가 아니다.

토붕와해(土崩瓦解)라는 말이 떠오른다. 직역을 하면 구들이 내려앉고 기와가 부서진다는 뜻이다. 자칫하면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조그만 일같이 보여도 이번 일을 가볍게 처리할 수 없는 까닭이다. 철저한 진상조사로 잘 잘못을 깔끔하게 밝혀내고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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