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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운? 믿거나, 믿지 않거나…발견하는 자의 몫 ‘이원우 개인전’
PKM갤러리, ‘내일 날씨 어때’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색종이를 잘라 만든 듯한 별 세 개가 서로를 지탱하며 입체로 섰다. 살짝 구부러지고 찌그러진 모습이 위태로우면서도 날렵하다. 하트, 별, 네잎클로버를 데칼코마니처럼 파냈다. 어릴적 종이접기의 추억이 떠오르는 이 작품은 알고 보면 모두 얇은 철판으로 만들었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PKM갤러리는 젊은 작가 이원우(36)의 개인전 “내일 날씨 어때?”를 7월 13일부터 개최한다. PKM에서 갖는 두 번째 개인전으로 조각과 영상 작업 등 신작 10여점을 선보인다. 

이원우, Dancing star (blue and white), Steel, paint, 117 x 90 x 85 cm, 2017. [사진제공=PKM갤러리]
 
전시장을 가득 채운 작품들은 모두 ‘행운의 상징’들이다. 긍정적 에너지로 넘쳐나는 작품의 이면엔 ‘불안’에 대한 탐구가 있다는게 작가의 설명이다. “우리 삶을 점유하는 ‘불안’에 대해서 꾸준히 생각해 왔는데, 불안에 대처하는 네가지 키워드를 제 나름대로 ‘행운’, ‘춤’, ‘거인’, ‘미래’로 정리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행운’에 관한 작품들인 셈이죠”

행운에 기대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려 하는 예는 부지기수다. 아메리칸 인디언의 드림캐쳐, 중식당에서 만나는 포춘쿠키, 행운의 지폐로 불리는 2달러 지폐, 길거리에서 주운 행운의 동전 등 실제 행운과 상관없는 상징인데도 우리는 기분이 좋아지기도, 혹은 반대로 불안해하기도 한다.

“과연 네잎클로버가 행운을 가져올까? 그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믿는 그 도그마가 우스워보였죠. 이를 파괴하는 작업도 많이 했는데, 그 작업을 하다보니 저도 사실은 ‘행운의 상징’에 기대고 있더라고요” 작가는 파괴 대신 행운의 아이콘을 미학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시도했다. 가장 심플하고 추상적 형태의 행운을 탐구한 것이다. 순수한 추상을 추구하는 과정에 힌트를 준건 자녀들이었다. 아이들이 서툰 가위질로 완성한 종이접기 작품에서 순수성을 읽어낼 수 있었다. 색감도 한결 따뜻해지고 밝아졌다. 

이원우, Rising star (blue), Steel, paint, acrylic, 138 x 143 cm, 2017. [사진제공=PKM갤러리]
이원우, Light heart (yellow), Steel, paint, acrylic, 132 x 142 cm, 2017. [사진제공=PKM갤러리]
이원우, Hidden clover (yellow), Steel, paint, acrylic, 185 x 167 cm, 2017. [사진제공=PKM갤러리]

학창시절 패션모델로도 활동한 이원우 작가는 홍익대 조소과 출신으로,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2014년 아트선재센터 ‘6-8’전에선 옥상 설치작품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고 싶다, 아니면 그 반대이거나’를 출품하기도 했다. 비닐하우스를 하얀 연기로 가득 채워 그 안에 들어간 관객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경험으로 완성되는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외에도 서울시립미술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베이징 송주앙 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를 진행했다.

전시장 곳곳엔 눈 밝은 관람객을 위한 행운도 숨어있다. 바닥을 유심히 살펴보길 권한다. 행운(의 동전)은 발견하는 자의 몫이니까. 전시는 8월 26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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