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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백구촌을 아시나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변두리 ‘Medalla Milagrosa’엔 ‘백구촌’이라는 한인촌이 있다. 마을 곳곳에 태극기 문양을 그려놓았으며, 한양식품, 모나미서점, 태극당제과, 제일장로교회, 한국관, 즐거운집 분식, 미래로여행사 등, 이름만 보아도 정겨운 간판들이 즐비하다.

마을은 평화롭고 정겨운데,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그리 ‘밝은 마을’로 보지 않는다. 이곳은 1965년 10월 농업이민을 왔던 13가구 78명의 한인들이 맨주먹으로 황무지 개간이 어렵자, 농촌을 떠나 새로 정착한 곳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버스 109번 종점이라 ‘백구’라고 붙였다고 한다.


백구촌에서 대다수 한인들은 봉제와 편물로 생계를 꾸리기 시작했는데, 기업형 사업으로 발전하고, 급기야 아르헨티나 섬유산업의 중추가 된다. 질 좋은 제품의 생산자는 어김없이 백구촌 출신 한인이었다.

일부 교민은 아르헨티나로 온 유럽 등 출신 이민자들 처럼 와인 개발에 나섰다. 해발 6000m 안데스산맥에서 자란 포도가 이민자들 모국의 것들과 달랐다. 이민자들은 각기 다른 와인 노하우 펼쳐놓았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에서는 다양한 제2, 제3의 와인이 탄생했다. 이 중 한국인도 한 브랜드를 차지했다.

다른 교민은 한국에서 행여나 손님이 오려나 싶어 음식, 기념품 등 다양한 여행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곳엔 아픔이 있었다. 1993년 다른 나라 이민자, 토박이 주민의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이 있었었데, 한국 정부 등의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채 한인만 당했다. 현지인들이 백구촌을 밝은 마을로만 보지 않던 이유이다. 최근 이민 50년사를 펴낸 이곳 교민들은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만족감’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최근 재미동포를 격려한 문재인 대통령이 중남미 교포들에게도 신경을 써야 한다. 해외동포의 모습 역시 대한민국 국격의 바로미터이다.

함영훈 선임기자/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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