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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세월의 강
열 넷 소년끼리 필답(筆答)을 한다. 수신자는 하늘로 떠났으니 회신없을 쪽지를 남긴 거다. ‘함께 뛰어놀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되겠지. 자주 찾아올 게’ 우정이 뚝뚝 떨어진다.

바로 옆엔 막내딸의 아빠를 향한 사랑이 생생하다. ‘아빠가 내 기도 들어줘서 아기 보내준 거 다 알고 있어. 고마워’ 추억이 멈추고 시간은 정지했어야 마땅한데, 추모공원은 살아 있다. 떠난 자와 남은 자, 안치된 두 뼘 가량의 공간 앞에서 삶을 얘기한다. 


어떤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르듯, 누구든 언제든 울컥한다. 삶에 찌들었다 다신 만날 수 없는 사람에게 가까워지면서 성찰해서다.

다만 깨달음이란 게 쉽게 닿는 곳에 있질 않다. ‘왜 그 때 잘하지 못했을까…’ 연륜이 붙어 담대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후회가 수백 번 중첩돼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

소시민적 차원에선 성찰은 감기약만도 못하다. 김광석이 ‘서른 즈음에’에서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다고 반추하고,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고 선언할 땐 덜컥 겁이 나지만 그 때 뿐이다. 감기약은 효과가 12시간까지도 가지만, 성찰은 찰나(刹那)다.

그래서 양희은은 ‘내 나이 마흔살에는’으로 우리에게 미완(未完)의 연륜을 보태려 시도했다. 특출난 답을 내지 못했기에 지극히 인간적이다. 마흔이 돼선 날아만 가는 세월이 야속하다고 짚는다. ‘우린 언제나 모든 걸/떠난 뒤에야 아는 걸까/세월의 강 위로 띄워보낸/내 슬픈 사랑의 내 작은 종이배 하나’

쉰 살은 어떨까. 딱 떠오르는 읊조림은 없다. 지천명(知天命)인 영향일까. 풍요하진 않더라도 웬만한 풍파는 헤쳐나왔을 나이라고 본다.

50대 후반에 접어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리더십 강연차 한국에 왔다. 권좌에서 내려왔어도 세간의 이목이 그의 입에 쏠린다. 오바마 보다 한 살 아래인 안철수 전 의원의 입도 주목받는다. 전혀 다른 이유에서다.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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