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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트럼프와 기후변화: 과학과 정치의 충돌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가 인간이 화석연료 사용 때문에 기인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무관한 자연현상이라는 입장을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취해왔으며, 드디어 지난 6월 2일 파리기후변화 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의 기후변화협정 탈퇴는 국제적으로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영국, 캐나다 등 세계 선진국의 지도자들은 일제히 미국의 이번 결정을 아주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미국 위주로 구축된 세계질서의 변화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데, “나는 파리가 아닌 피츠버그 시민”이란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서 피츠버그 시장은 협정 준수를 다짐하는 글을 트위터에 남기기도 했다.

미국의 기후협정 탈퇴 소식에서 과학과 정치의 충돌을 목격할 수 있다. 미국 NASA의 발표에 의하면 지구의 표면온도를 관측한 1880년 이후로 2015년 온도가 가장 높았다는 통계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가 기후변화에 대한 확실한 증거인지, 나아가 이러한 기후변화가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130년 정도의 통계 관측치로 45억 살의 지구의 변화를 얘기하는 것이 논리적 비약일 수 있다. 지구는 오랫동안 여러 번의 빙하기를 포함하여 다양한 기후변화를 경험하였기 때문에, 현재의 지구 온난화가 자연스러운 지구의 변화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과학자는 기후변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인류가 만들어낸 재앙이라는데 동의하고 있으며, 각국은 기후변화 재앙을 막기 위한 다양한 행동에 참여하고 있다.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 195개국이 서명하였으며, 특히, 이산화탄소 다배출국가인 중국도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에 360억달러 투자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미래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의 이번 결정은 조그마한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다.

파리 기후변화 협정의 놀라운 점은 195개국의 국가가 기후변화라는 과학적 사실을 동시에 인정했다는 것이다. 과학의 힘을 엿볼 수 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사실 1990년대 이전에는 요즘처럼 크게 각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많은 이름없는 과학자들은 호기심과 사명감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파리 기후변화 협정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의 로니 톰슨 교수도 호기심과 사명감으로 과학자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톰슨 교수의 전공분야는 빙하를 채취하고, 빙하에 존재하는 기포들을 분석하여 무려 65만년 전의 지구 대기를 복원하는 작업이다. 이를 통하여, 과거 65만년부터 현재까지의 지구 온도를 측정할 수 있었고, 현재 경험하는 지구 온난화가 결코 지구의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니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게 되었다.

톰슨 교수는 젊은 시절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꽤 긴 시간을 정교수가 되지 못하고 연구교수로 남아있었으며, 많은 연구자들이 북극이나 남극의 빙하에 대하여 연구를 할 때, 톰슨 교수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적도 지방의 만년설을 연구하였다. 최근에 적도지방의 정보가 기후변화 연구에 핵심이 된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톰슨 교수는 이 분야의 권위자로 부상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 많은 양의 적도지방 만년설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어서, 톰슨 교수가 오랫동안 모아 냉장고에 보관한 적도 빙하가 기후변화 연구의 핵심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인류 대부분의 비극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전 지구적 의견일치는 과학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매일 언론에 나오는 정치인보다는 묵묵히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이름 없는 과학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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