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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데이터]송현동서 못다 이룬 호텔 꿈 LA서 펼치다…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7년 끈 복합문화단지內 호텔 좌초
- LA엔 美서부 최고층 랜드마크 대조
- 1조원 넘는 투자로 박수와 면세 혜택
- 국내선 한옥형 호텔 재벌특혜 논란만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약 2년 시간 차를 두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꿈은 희비가 엇갈렸다. 2015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항공이 매입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복합문화공간 ‘케이-익스피어런스’(K-Experience)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2008년 이 부지를 사들여 한옥형 부띠크 랜드마크 호텔을 세우려 했던 조 회장의 꿈은 그렇게 7년 만에 백지화됐다. 현 여권이자 당시 야권이었던 정치인들이 재벌특혜라며 관광진흥법에 반대했던 것이 좌초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로부터 2년 뒤 조 회장은 마침내 호텔에 대한 염원을 달성했다. 한국이 아닌 미국의 LA(로스앤젤레스)에서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3일 윌셔 그랜드 센터 개관식에서 초석에 친필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진그룹]

지난 23일(현지시간) 한진그룹은 LA 다운타운 윌셔가(街)와 피겨로아가(街) 사이에 위치한 ‘윌셔 그랜드 센터’의 개관식을 개최했다. 조 회장은 이날 개관식에서 “윌셔 그랜드 센터의 개관은 개인적인 꿈의 정점”이라고 표현했다. 비록 자국이 아닌 LA에서 이룬 꿈이지만 한국 기업이 당당히 미국 최대 도시 중 한 곳에 가장 높은 건물을 세웠다는 점에서 ‘정점’이라 할만 했다.

윌셔 그랜드 센터는 총 73층, 높이 335m에 달하는 미국 서부 지역 최고층 빌딩이다. 기존에는 LA의 US 뱅크 빌딩(310m)이 가장 높았다. 

윌셔 그랜드 센터 외관 모습 [사진제공=한진그룹]

1952년 스테틀러 호텔로 개관 후 존 F 케네디 대통령 등이 LA를 방문할 때 묵으며 이름이 알려졌던 이 곳은 당시 15층에 불과했지만, 한진그룹이 1989년 인수 후 2009년부터 전면 재개발에 착수해 층수가 5배 더 많은 대규모 호텔로 재탄생했다.

프로젝트에 투입된 비용은 10억 달러(한화 1조1300억원)이다. 공사 기간 현지에서 1만1000개의 일자리와 8000만 달러의 세수증대 효과가 발생했다. 개관 후에도 1700개의 일자리와 매년 1600만 달러의 세수가 예상된다. 현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외국 기업의 미국 투자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다. LA도 화답해 25년간 숙박료의 14%를 물리는 숙박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면세혜택 규모는 총 6000만 달러(683억원)이다. 


이 같은 모습은 송현동 프로젝트와 크게 대비된다. 대한항공은 올해 지하 3층, 지상 4~5층 규모로 1차 공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윌셔 그랜드 센터엔 900실이 넘는 객실이 있지만 송현동에는 단 한 개의 객실도 들어서지 않는다. 조 회장은 이번 개관식에서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고 싶었지만 무산돼 아쉽다”고 밝혔다.

서울 도심에 제대로 된 한국형 호텔 하나 없는 현실이 아쉽게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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