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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수렁 서민 더 가혹한 ‘연체의 늪’
턱없는 연체이자·가산금리
기한이익 상실땐 이자 급등

취약층 채무조정 방안보다
채권자 위주 여신제도 고쳐야


정부가 오는 8월 가계부채 대책의 하나로 서민 및 취약계층의 채무조정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빚 탕감보다 채권자 위주의 여신제도부터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채무자에게 불리한 대출 약관 때문에 서민들이 빚의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민들이 사금융에 내몰릴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사금융까지 가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무자에게 가장 불리한 대출제도는 여신거래기본약관 상 연체에 관한 내용이다. 특히 연체이자가 터무니없이 높은데, 이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보통 이자를 기한 내에 내지 못하면 그 다음 달부터 갚지 못한 이자에 대해 연체이자가 붙는다. 연체이자는 1개월 내 6%포인트, 3개월 내 7%포인트, 그 이상 8%포인트 등을 약정금리에 붙여 매기는 식으로 운영된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5% 내외이고, 신용대출마저 4%대에서 받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 번만 연체를 해도 금리가 3배 이상 급등하는 셈이다. 우리와 금리수준이 비슷한 호주(2%)에 비해서도 3~4배가량 높다.

그나마 ‘기한이익 상실’ 전까지는 연체한 이자에 대해서만 가산금리를 문다. 하지만 은행이 기한이익 상실을 결정하면 그때부터는 원금에 대해 가산금리를 매기는 이른바 ‘지연 배상금’으로 이자가 급등한다. 은행이 차주에게 ‘원금 갚을 능력이 의심되니 곧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기한이익 상실은 일반대출은 1개월, 주담대는 2개월이 걸린다. 미국ㆍ일본ㆍ호주 등에서는 연체 후 4개월 정도까지 기다렸다가 원금에 이자를 붙이는 것을 볼 때 한국의 대출 제도는 지나치게 야박하다는 지적이다.

기한이익 상실을 회복하고자 빚을 갚을 때도 순서가 배상금→이자→원금 순이다. 즉 배상금과 연체이자를 모두 갚아야만 약정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기한 이익’이 부활한다. 1억원의 주담대를 빌린 차주가 200만원의 배상금과 80만원의 지연 이자가 있는 상황에서 250만원 밖에 갚지 못한다면 지연 이자가 30만원이 남기 때문에 다음 달에도 원금에 대해 가산금리로 매겨지는 이자폭탄을 감내해야 한다.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양도시장에 유동화할 때도 채무자에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관행도 문제다. 은행은 유동화 회사에 부실채권을 넘겨버리면 그만이지만, 채권자로서는 빚 독촉의 수준이 더 가혹해지게 된다. 은행이 부실채권을 원금을 기준으로 6~8% 수준에 매각하는 점을 고려하면, 부실채권 매각 전에 채무자에게 알려 인수하게 하면 서민들이 불법적인 빚 독촉에 덜 시달릴 수 있다.

또 연체이자 및 배상금을 다 갚아 금융채무 불이행자에서 벗어나더라도 신용등급을 회복하는데 최장 3년이 걸리는 점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여신제도가 채권자 중심으로 구성돼 일부 조항은 채무자에게 가혹할 정도로 불리하게 적용된다”며 “소비자 중심으로 관련 약관을 개정해야 서민들이 사금융으로 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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