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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하늬, ‘역적’의 여운이 오래 남아있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연예계는 재주 많은 사람이 특히 유리하다. 필요할 때 재주 하나씩을 꺼내 쓸 수 있다. 서울대 국악과 출신인 이하늬는 ‘역적‘에서 한국무용, 승무, 판소리 등 다양한 재주들을 보여주며 장녹수라는 캐릭터를 빛냈다.

극중 이하늬는 두 남자를 만난다. 공화라는 이름을 가졌던 시절 길동을 만나고, 궁에 들어가 녹수가 된 시절에는 연산을 만난다. 두 남자는 완전히 상반된 스타일이지만, 적어도 공화(녹수)라는 여자에게 확실한 느낌을 주었다. 

“공화가 길동과 만났을 때는, 사랑을 알았지만 이를 부정하고 싶어했다. 길동도 방울장수로 그런 경험이 있다고 했지만 공화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공화가 어릴 때 관기인 엄마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이 사또였다. 그런데 길동은 공화를 예인으로 알아줬다. 공화가 ‘기생이 춤추고 노래하는 거지’라고 하자 길동은 ‘그런 것 하면서 자기가 예인인 줄도 몰랐냐‘라고 한다. 남자와 여자 할 것 없이 자신을 알아봐주는 남자(여자)와 사랑하고 싶은 거다. 다른 남자들은 어떻게 하면 몸 한번 섞어볼까를 생각하는데, 길동은 그런 점에서 신선했다.”

그 후 길동의 그런 코드가 연산에게 간다. 녹수가 된 이하늬가 궁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산이 반드시 필요했다.

“연산은 녹수를 예인으로, 아티스트 모습을 사랑했던 것이다. 녹수가 궁에 있을 때 길동이 잡혀들어왔을 때 길동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녹수는 연산에게 출세 때문에 있는 건 아니었다. 연산이 망가질 때 녹수의 마음은 안좋았다. 그 마음은 연민 또는 모성애 같은 거다.”

이하늬는 녹수로 산 게 좋았다고 했다. 무거운 가채 때문에 허리뼈가 비뚤어지는 등 고통도 있었지만,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녹수를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에게 선물로 남게 하겠다. 덜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으니까 또 다음 작품을 하는 거니까. 승무를 ‘역적’에서 공개할 수 있어 다행이었고, 팀워크의 승리였다. 승무만 5시간을 찍었다.”

이하늬는 녹수의 자료가 별로 없었지만, 해석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관기 출신의 기생 정도가 아니었다. 어쩌면 과도한 해석일 수 있는, 김진만 PD가 붙여준 여성혁명가라는 점을 참고했다고 했다.

“조선시대 사회적인 약자가 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티스틱 성향의 진취적 여성에게 형벌 같은 세상이었을 것이다. 녹수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던져봤다.”

이하늬는 사극을 처음 했지만, ‘역적‘이 탄탄한 사료위에 인물들을 구축했고, 중요한 역사적 사실은 훼손하지 않으면서 마이너 관점을 유지해 여운이 길게 간다고 했다. MBC가 ‘역적‘ 같은 하이브리드 사극을 성공시킨 것은 모든 참가자들의 승리였다고도 했다. 이하늬는 “감독이 엔딩에서 무명 배우를 과감하게 기용해 보여준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것이 ‘역적’이 말하고자 하는 바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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