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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더위 싹~…장르소설이 돌아왔다
가정부터 마을·호화유람선까지
다양한 무대서 심리게임 펼쳐

阿스릴러 거장·獨미스터리 여왕…
英·美 여성작가들도 국내 첫선

국내선 여성신예 첫 장편소설
변호사 추리작가 첫 소설집도


장르의 계절이 돌아왔다. 더위의 시작과 함께 서점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장르문학은 갈수록 다채롭고 풍성해지고 있다. 영국과 독일, 스웨덴 등 유럽과 미국, 아프리카 작가까지 익숙한 것, 일상을 배반하는 충격과 전율을 제공하는 작품들이 여름 독자들을 찾아왔다. 여성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것도 올해 관전포인트. 일상의 아늑한 공간인 가정부터 마을, 호화유람선까지 다양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심리게임을 즐길 수 있다.


장르소설을 읽는 맛은 뭐니 뭐니해도 쫒고 쫒기는 자의 긴장이다. 특히 상식밖에서 일이 벌어질 때 그 간극에서 오는 충격과 전율은 몰입도를 높이며 더위마저 잊게 한다.

▶스릴러 거장의 귀환=아프리카 스릴러의 거장,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디온 메이어는 베니 형사 시리즈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페닉스’(아르테)는 미국 베리상, 독일 추리문학상 등 전 세계 19개 장르문학상을 석권한 메이어의 첫 장편소설. 인간적 결함 투성이에 가정까지 파탄난 메이어스타일 형사형이 이곳에도 등장한다. 한때 촉망받던 형사였지만 아내가 경찰 임무수행 중 살해된 뒤로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맷 주버트와 사건 해결력은 탁월하지만 알코올중독 금단 증세를 겪는 베니 그리설 두 형사가 남아공의 수도 케이프타운을 배경으로 연쇄살인사건을 쫒는다. 연쇄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성공한 CEO, 주얼리 디자이너, 절름발이 실업자, 어부, 가난한 목사까지 줄줄이 이어지지만 단서는 100년된 골동품 총이 이마에 남긴 총상이 다다. 이국적 도시 케이프타운을 무대로 삼은 아프리칸 스릴러를 만나는 신선함이 있다. 부당한 대출이자를 갚던 분장사가 은행강도로 나선 이야기 등 사회파 스릴러 작가다운 면모도 감지된다.

그런가하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북로드)로 단번에 한국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독일 미스터리의 여왕 넬레 노이하우스의 2년만의 신작 ‘여우가 잠든 숲’(북로드)으로 돌아왔다. 역대 타우누스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압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폐쇄적인 마을을 배경으로 인물들의 관계와 내면을 그려내는데 탁월함을 보여온 노이하우스는 이번에도 작은 마을 전체를 무대로 삼아 관계의 코를 짜나간다. 소설은 숲으로 둘러싸인, 목가적 풍경을 자랑하는 그림같은 마을이지만 외부와 단절된 마을 루퍼츠하인에서 시작된다. 어느 밤, 숲속에 자리한 캠핑장에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하고 캠핑카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뒤 이어 죽음이 임박한 암 말기의 할머니가 호스피스병동에서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조용하던 마을이 발칵 뒤집힌다. 어린 시절 살았던 루퍼츠하인을 찾은 수사반장 보덴슈타인은 일련의 사건이 42년 전 자신의 어릴적 소꿉친구와 애지중지 키우던 여우의 실종사건과 연결돼 있음을 직감한다. 시리즈마다 철떡궁합을 자랑하는 보덴슈타인과 피아 콤비가 등장하며 신뢰감을 준다.

▶국내 첫 선을 보인 영미 여성 작가=날카로운 심리묘사로 스릴러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진 한프 코렐리츠는 미국의 중견작가지만 국내에는 이번 ‘진작 알았어야 할 일’(열린책들)로 처음 소개되는 작가다. 가족관계에 바탕한 스릴러에 탁월한 성과를 보여온 작가는 특히 이 작품에서 인물들의 내면을 세밀하게 그려내 심리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준다. 뉴욕 맨해튼에 거주하는 성공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부부생활 전문 심리 상담가 그레이스는 일과 가정을 완벽하게 양립해나간다. 남편 조너선은 하버드 의대 출신의 종합병원 소아과 전문의로 소아암 아이들을 위한 치료에 헌신적이면서 가정에도 일체 소홀함이 없다. 뉴욕 명문 사립학교에 다니는 아들 역시 모범생. 남 부러울 것 없는 일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학부모인 한 여인이 끔찍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상황은 전혀 뜻밖의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뉴욕 맨해튼 중산층의 생활과 문화를 생생하고 그려내고 있는 점도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이다.

영국 출신의 신예작가인 제니 블랙허스트는 첫 소설인 ‘나는 어떻게 너를 잃었는가’로 단번에 유명해졌다. 2016년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이 책은 치밀함과 속도감으로 몰입시킨다. 수전 웹스터는 생후 12주 된 아들을 죽였다는 이유로 치료 감호소에서 3년을 보낸다. 거주지와 이름까지 바꾸고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려고 하는데, 어느 일요일 아침 현관 앞에 배달된 봉투 하나가 몸과 마음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는다. 소인도 없이 매트 아래 놓인 봉투 안에는 처음 보는 남자아이 사진이 들어 있고 뒷면에는 죽은 아들의 이름, ‘딜런’이 적혀 있다. 한 순간에 벌어진 사건으로 평범한 생활이 무너지는 모습을 작가는 속도감있게 그려낸다.


▶‘제3의 남자’ vs ‘악마의 증명’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여성신예작가 박성신의 첫 장편소설인 ‘제3의 남자’는 한 부자를 통해 어두운 우리 현대사의 단면을 스릴러 형식으로 담아냈다. 사업에 실패하고 빚쟁이에 쫒기며 자살시도를 하지만 미수에 그친 남자 최대국에게 어느 날 한 사내가 접근한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사이라며 아버지가 조금 전 총상을 입고 혼수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전한다. 아버지의 수첩을 찾아주면 3억을 주겠다는 사내의 제안을 받아들인 최대국은 아버지가 경영하는 고서점을 뒤지지만 수첩 대신 아버지의 수상한 과거를 알게 된다. 그 와중에 아버지와 친한 이웃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현직판사에서 ‘글 쓰는 변호사’로 돌아온 추리작가 도전기의 첫 소설집 ‘악마의 증명’은 데뷔작부터 최신작, 미발표작까지 한 데 모았다. 밀실 살인과 교통사고 현장에서의 자살, 쌍둥이가 모두 용의자인 사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환각, 끊임없는 정신의 윤회까지 추리와 환상을 아우르는 다양한 소재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익숙한 사실감과 영리한 트릭, 반전이 읽는 재미를 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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